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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소화불량2 본문

선교와 영성/약함의 선교

소화불량2

후앙리 2020. 7. 14. 19:23

 

 

소화가 잘 안 될 때의 생각을 기록한 1998722일의 일기 내용이다.

 

<요즈음 소화가 잘 안 된다. 에콰도르에 오고 벌써 여러 번 경험하는 일이다.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많은 고통이 엄습해 온다. 소화가 안 되니 먹을 수가 없어 몸에 힘이 없다. 몸에 힘이 없으니 마음까지도 불안해진다. 큰 병은 아닌지 두려움도 밀려온다. 사역을 계속 해야 하는데, 몸에 힘이 없으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선교사로서 이렇게 힘들게 사역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 오늘 욥기를 보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욥의 고통의 크기를 보면서 고통 가운데 나오는 인간 내면의 깊은 고백들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섭리와 인생이 무엇인가를 고통 가운데 고백하는 욥을 보면서 나의 고통도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욥은 끝까지 소망을 잃지 않았다. 욥의 친구들은 욥의 고난이 죄 때문이라고 하지만 욥은 하나님에 대한 소망을 놓지 않았다. 욥의 상황과 그의 대처하는 마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을 때 인간적으로 찾아오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회복된다는 소망을 갖게 된다.

욥을 통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베운다. 욥은 하나님의 섭리를 그 순간에 다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욥은 어려움의 순간도 모든 것은 하나님의 모든 섭리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었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고통 중에 있는 욥에게 있었던 것이다. 욥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알게 되었다. 욥처럼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있다면 나의 고통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비록 나의 소화 기능이 좋아지지 않을지라도 그것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기에 두려워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면 죽음까지도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인들 감사하지 못할 것이 없다. 지금은 비록 하나님의 세밀한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분명히 이해하고 믿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나의 상황도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욥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아픔 가운데 산다. 다른 사람들도 고통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목회자로, 선교사로 이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픈 자들을 깊게 이해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회개하게 된다.

지금의 아픔을 이번 주까지 기도하면서 기다려보자.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어떤 방향으로 나를 고치실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좋아지지 않으면 그 때 병원에 가보자. 병원에 가는 것이 믿음이 적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가운데 회복시켜 주실 수도 있으시고 의사와 약의 도움을 받게 하실 수도 있다. 두 가지가 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힘이 없는 것으로 인해서 절망하지도 말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이 순간에도 함께 하시며, 내일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그 미래도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손 안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의심하지 말자. 약한 건강의 상태가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 “주님! 감사합니다. 고통과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중에 당신 손안에 제가 있는 것을 인해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하나님의 긍휼을 베푸소서. 늘 변함없으신 당신의 긍휼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

 

그때는 소화가 안 되어 힘들었고 많이 불안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소화가 잘 안 되어 고생하고 있지만 그 후로도 나는 20년을 살아왔다. 소화가 안 됨으로 인해 죽지 않고 잘 살고 있다. 그때의 불안한 마음을 담은 일기를 보면서 지금도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나를 보게 된다. 하나님의 손 안에 내가 존재하는 믿음을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사는 나의 연약함이 있다. 이런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지금도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참고 기다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