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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정착하면서 깨달은 은혜들 본문

성경공부, 설교/말씀묵상(QT)자료

정착하면서 깨달은 은혜들

후앙리 2008. 2. 13. 17:54
 

새로운 선교지에 정착하면서 깨달은 은혜들이 있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이사하지 않고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여 사는 것은 새로운 물건들을 사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물론 물건들은 늘 필요하지만 필요한 일상 도구들을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곳, 새로운 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활 도구들을 새롭게 장만해야 한다.


우리 가족이 쓰던 물건들을 완전히 정리하고 신혼 생활처럼 다시 사기를 거듭하는 일을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돈이 넉넉하다면 모르겠지만 선교사의 경제적인 사정이 뻔하기에 어떻게든 적은 돈을 가지고 좋은 생활 도구를 장만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언제나 따지고 씨름하는 것이 가격이다. 얼마나 비싸고 싼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물건을 살 때 싸다는 말 보다는 비싸다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정해진 돈으로 아껴서 저렴하게 잘 사는 것이 생활의 지혜라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입한다.


이번에 프라이팬을 사면서도 가격이 좀 비싸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왕이면 더 좋은 품질의 것을 사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는 비쌌다. 아내는 가급적이면 좋은 물건을 제 값을 지급하고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오래쓰기에 경제적이라고 말을 한다. 나는 속으로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내의 생각이 맞는 부분도 있기에 “비싸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구입을 하였다. 구입하여 참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다. 처음 정착하는 기간에 부엌에서 요리할 수 있는 도구가 많지 않고 더운 지방이라서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프라이팬을 유용하게 잘 사용하면서 나는 “가격”에 대해서 많은 생각하게 되었다.


프라이팬이 주는 혜택을 가격과 비교해 볼 때 그 가격은 별로 비싼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한번 사면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격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를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가격을 따지기 전에 물건의 용도와 혜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보다는 그 물건이 주는 “혜택”이다. 혜택과 유익을 생각하면 가격을 비교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시 말하면 돈을 주고 구입해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은혜라는 것이다.  내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당연히 사용하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상관없이 우리 생활에 유익을 주는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활 용품 모두는 내가 대가를 치른 내 것이기 전에 생활을 편리하게 하도록 도움을 주는 은혜이다. 은혜로 사용하는 것이지 돈으로, 가격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물건 중에는 20년 가까이 사용하는 것도 있다. 20년 전에는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샀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 물건은 지금까지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을 새롭게 느끼면서 물건의 “가격” 때문에 너무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건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감사할 뿐이다.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이고 감사할 일인 것이다. 앞으로는 가능하면 물건 가격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그저 “은혜”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비싸다”는 말도 복에 겨운 푸념에 불과한 것 같다. 모든 일이 은혜인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물건들도 은혜로 주어진 것들이다.  



2. 이곳에 오기 위해서 한국에서 약간의 짐을 부쳤다. 이 짐들은 우리 가족이 이곳에 온지 한 달이 지나서야 도착을 하였다. 한 달 동안은 생활에 필요한 짐이 없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만 했다. 그 동안 생활을 편리하게 했던 짐들이 없이 생활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많았다. 불편함을 느끼면서 생활 용품들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있을 때는 별로 느끼지 않고 살지만 없으니까 그 물건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알게 된 것이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들인가를 매일 매일 깨닫고 산다면 그 인생은 정말 복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3. 한국에서 지난 2년 동안 사역을 하는 동안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 몸도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가 많았고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었다. 하던 일을 잠시 놓고 좀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도 챙겼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일을 열심히 할 때는 쉬는 것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교지에 오면서 철저하게 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우리가 속한 선교부에서는 첫 선교사로 이곳 민다나오에 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셨던 선교사님 이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곳에 도착한 시기도 년 말이라서 관공서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거의 안하고 휴가를 보내는 때였다. 모두가 쉬는 시간이기에 언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자동차가 없기에 새로운 곳을 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날씨가 너무나 더워 처음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두려웠다. 그러기에 처음에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성경을 읽고 가족들 셋이서 서로를 쳐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바쁘고 분주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갑자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특별히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도 바라던 여유였는데 막상 너무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니 오히려 바쁘던 한국 생활이 그리워졌다. ‘일하는 것이 쉬는 것 보다 훨씬 쉽다’ 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다. 쉬는 것 보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 3주를 보냈다. 일하면서는 쉬기를 바라고 쉬면 일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4.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었다. 그저 내 나라이기에 마음 편하게 보내는 곳일 뿐이었는데 이곳 필리핀 땅에 와서 정말 한국이 좋은 나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자연과 날씨가 참 좋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많이 그리워졌다. 한국 생활이 그립고 한국 사람들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바쁜 생활 가운데 정착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했다면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겠지만 할 일이 별로 없고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을 하고 한국 생각보다는 이곳 일에 분주하고 이곳 일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있는 곳에서도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 한국을 생각하면서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것처럼 이곳 생활을 귀중하게 생각하며 돌아볼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곳도 하나님이 보내신 땅이기에 그렇다. 이 땅도 하나님께서 적응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만족하며 살도록 하실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만을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정을 붙이고 이 땅을 사랑하며 이 땅에 맡겨진 하나님의 뜻을 완수하며 살기를 다짐해 본다. 현실에 만족하는 삶,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