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치 못한 익숙함에서 벗어나라.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있을 때, 바닷가 수상 가옥에 살던 사람들과 함께 사역했던 경험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그곳 생활이 편리하고 안정되어 있다. 수상 가옥에 살면서 집안에서 나오는 모든 오물을 바다에 쉽게 던지며 산다. 대소변을 위해 화장실을 따로 갈 필요도 없이 있는 곳에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그냥 바다에 던지면 된다.
만약 그 사람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누군가 좋은 집을 지어주어 이사해서 살게 하면 다시 그 수상 가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바닷가의 삶이 익숙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깨끗한 집으로 이사 가면 청소해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화장실도 따로 가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자유롭게 바다에 모든 오물을 던지고 사는 그들에게는 그런 좋은 집이 싫은 것이다.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노숙자들은 정부에서 마련한 센터에 살도록 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도 다시 노숙자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신문지 하나만 바닥에 깔고 누우면 그것이 자유롭고 편하기에 센터에 살면서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먹고 하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좋은 집에서 살다가 노숙자로 살게 된다면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불편하고 힘들다. 그러나 익숙해지기만 하면 그 생활이 편하고 좋은 것이다.
오늘날은 개인주의 시대로 가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로서 절대 진리가 없어지고 이성이나 지성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사생활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이 중요한 오늘날은 SNS를 사용하여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세상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통해 유트브나 페이스북, 혹은 TV, OTT(네플릭스 같은 것)를 통해 시간을 보낸다. 혹은 하루 종일 게임에 몰두하기도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서 하루를 보낸다. 그것에 익숙해지면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귀찮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건전치 않은 익숙함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면서 함께 살도록 하셨다. ‘사회’를 이루어 사는 것이 인간 창조 질서이다. 하나님도 삼위의 하나님이시다.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모든 것이 삼위의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공동체가 사라지고 개인주의만 남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처럼 건강치 못한 익숙함이 우리의 삶 가운데 곳곳에서 존재한다. 건강치 못한 익숙함이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기에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는 과감히 익숙함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것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이 원하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개인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내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좀 힘들더라도 함께 살아야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창조의 삶, 창조질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건강치 못한 익숙함은 무엇인가? 사람을 회피하는 습성은 없는가? 건강하고 정리되고 깨끗한 주변 환경과 습관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