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영성/약함의 선교

선교사 자녀( MK : Missionary Kids )

후앙리 2020. 4. 22. 22:23

+ 선교지에 가서 얼마 안 되었을 때, 큰 딸 이 새가 유치원에서 있었 던 일을 기록한 기도편지의 내용이다.

 이 새는 여전히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염려도 했지만 생각했던것보다는 훨씬 더 잘 적응하는 같습니다. 소아천식으로 인한 기침 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기도 덕분인줄 알고 감사하 있습니다. 이곳에 온 지 3개월밖에 되었지만 한국말이 무척이 나 많이 늘었고, 유치원에 다니면서 배운 스페인어도 엄마 아빠보다 더 잘할 정도입니다. 아침에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과 인사도 잘합니 . 이곳에서의 인사는 친할수록 볼을 맞대고 인사를 하는데, 이 나 라 사람들이 하는 방식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한 국 어린이가 아닌 에콰도르 어린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주일에 여러 교회들을 방문하는데 처음 가는 교회 라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어색함 없이 주일학교에 갑니다.

지난 5 12일은 어머니날이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며칠씩 준비해서 발표한 어머니께 감사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 새가 유 치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저희들은 이 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연극도 하고 노래도 하였습 니다. 새도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했는데 모르는 노래여서인지 처 음에는 이 새 혼자만 노래를 안 하고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 금 있다가 옆 친구를 보더니 입을 벌리면서 노래를 따라하는 것이었 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노래는 모르지만 친구와 함께 입을 열어서 같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이 새가 모르는 말이나 노래일지라도 열심히 따라 하는 그 모습 을 보면서 저희 부부는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따라 하려 는 그 적극성에 감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모르면서도 애쓰며 따 라 하려는 모습이 부모 입장에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유 치원을 다녔다면 저렇게 눈치 보지 않고 모르는 말이나 노래를 아는 하지 않고 당당하게 불렀을 텐데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 습니다. 선교사 아빠 엄마를 만나 함께 선교사처럼 언어를 배우고 새 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노력이 선교사 자녀 ( MK ) 들에게도 동일 하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1995 6.

 

 이 새가 에콰도르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살 때 소아천식으로 많은 고 생을 했었다. 병원에서는 소아천식을 고치지 못하면 평생 동안 천식 으로 고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소아천식을 고치려면 몇 년 동안 지 켜보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고 원인을 알면 또 몇 년 동안 치료를 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병이라고 했다.

이런 아이를 데리고 선교지에 가는 것이 부모로서는 적지 않은 염려가 되었고 또한 힘들었던 기 억이 있다. 선교지에 가면 한국의 좋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할 것 이고 그러면 평생 천식으로 고생 하고 살아야 하는데, 선교지에 꼭 데리고 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의사선생님께 외 국에 가서 산다고 했더니, 어쩌면

그곳이 공기가 좋아서 자동적으로 고쳐질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사선생님의 말처럼 선교지에 가니 새에게 있던 천식이 만에 없어졌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좀 심하게 하는 것이 얼마간 남아 있기는 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낫게 되었다.

이처럼 선교사 자녀가 된다는 것은 부모와 함께 많은 고생을 한 다는 의미이다. 많은 이사를 다녀야 하고 학교를 옮겨야 한다. ( 이 새가 옮겼던 학교는 고등학교 때까지 열 번 정도다. ) 그때마다 정든 친구들을 떠나 야 했다. 그래서 선교사 자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를 깊게 사귀  않으려고 한다.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고 친구를 가까이 사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선교사 자녀들의 고향은 공항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선교사 자녀들이 경험하는 힘든 것에 비해 하나님이 주신 은혜도 많이 있다. 다문화와 다언어를 경험하는 특권을 갖는다. 많은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지만, 또한 다양한 친구들을 갖게 되는 것도 은혜다. 요즈음은 SNS통해 어렸을 때부터 만났던 친구들과 계속해 관계를 맺을 있다. 세계 곳곳에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특 권인가 ! 비록 한국의 교육과 발전된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지는 못해 선교지의 순수함과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도 큰 축 복이다.

선교사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살고 싶은지, 혹은 선교지에서 살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선교지가 더 좋다며 선교지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만큼 선교지가 선교사 자녀들에게 고생의 땅만은 아니 . 오히려 고생보다 더 많은 은혜를 누리는 땅이다. 선교사 자녀는 고생도 하지만 누리는 것도 많다 ’는 역설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것 이다. 그러므로 선교사 자녀를 볼 때, 너무 측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다.

그들만이 가진 은사와 하나님이 주신 그들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 하고 그들이 신앙인으로, 국제인으로, 한국인으로 자라도록 기도 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