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1
소화가 안 되어 힘든 가운데 깨달았던 내용을 기록한 1996년 5월 22일의 일기다.
<오랫동안 소화가 되지 않아서 참기 힘들어 어제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갔다 온 어제는 너무나 피곤한 하루였다. 병원에 다녀와서 밤에는 화요예배에 갔는데, 앉아있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오늘도 위 내시경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내일 다시 한 번 결과를 보러 가야 한다. 위장에 헬리코박터 균이 들어온 것 같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의사가 균에 대한 가능성을 얘기 했다. 내시경 검사를 한 오늘은 소화가 조금은 잘되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 동안 소화불량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으면서 몇 가지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몸이 아플 때 하나님을 더 찾게 된다. 하나님을 찾으면서 아픔을 주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또한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아픔 가운데 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게 된다. 때로 가족에게 화내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판단한대로 대하고,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는 자신을 회개한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며 다른 사람에게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인간의 계획은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살아가지만, 하나님이 건강을 지켜주시지 않으면 그 계획을 이룰 수가 없다. 건강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또한 재정을 좀 절약해서 살아보겠다는 계획(늘 재정의 부족함으로 쪼들린 삶을 사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에 절약을 해야 한다는 계획)과 결심이 병원비 때문에 이룰 수 없게 되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재정적인 부분도 내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의 주인이 하나님인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하면서 계획에 앞서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묻는 삶이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셋째, 자신을 절제하고 참는 훈련이 내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절제와 참을성이 많이 부족함을 다시 깨닫는다. 먹는 것, 쓰고 활용하는 것, 생활하는 모든 것들에서 절제가 안 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때로 늦잠자고 게으른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건강하게 몸을 관리할 수 있도록 먹는 것이나 생활 습관을 절제하고 참아야 한다.
넷째, 소화 장애로 인해 다른 것들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픈 중에도 하나님을 찾을 수 있고 기도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망을 하나님으로 찾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다. 그들은 약을 사먹을 돈도 부족하다. 나는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갈 수 있고, 약을 사먹을 수 있는 재정이 있음으로 인해 감사한다. 아울러 선교사로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의 아픔을 좀 더 이해하고, 내가 가진 이 감사의 특권을 좀 더 이 나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든다. 오늘 아침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 택시 운전사는 새벽부터 무엇에 흥이 나는지 노래하며 운전하고 있었다. 이것을 보면서 믿음을 가진 내가 비록 몸이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을지라도 더욱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아프다고 너무 힘들어했던 것 자체가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택시 운전사의 생기 있는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