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MF 위기
IMF의 위기 가운데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고백한 1997년 12월 12일의 일기 내용이다.
<한국의 경제가 참으로 악화되었다. IMF 시대다. 경제공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 사업을 접어야 하고, 집을 팔아야 하고, 직장을 잃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환율이 1달러에 1,800원까지 치솟았다. 이곳에서 1,000불을 받으려면 전에는 90만원이면 가능했다. 이제는 180만원을 한국에서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두 배로 보내지만 이곳에서 받는 돈은 동일하다. 한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우니 후원금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 선교사들은 생활비를 사분의 일로 줄여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후원금이 부족하면 선교부에 빚을 지면 되었지만, 이제는 선교부에 빚을 질 수도 없다. 선교부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다. 아니 제일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일이다. 인간의 힘으로 이겨나갈 방법이 없다. 몸부림쳐도 안 된다. 오직 하나님만이 길이다. 이런 어려움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이런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도우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선교사 뿐 아니라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이 도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는 기회다. 어쩌면 믿음의 시험대가 될 수 있는 기회다. 물질이 필요할 때 하나님께만 나아가는 “믿음 선교”를 모토로 살아왔는데, 이제 진정한 시험대이다. 하나님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날들을 회개한다. 한국교회와 나 자신을 회개한다. 무엇보다 교만했던 것을 회개한다. 한국교회도 나도 너무 교만했다. 잘 사는 것이 우리의 노력인줄 알고 교만하게 살아왔다. 이제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교만했던 부분을 함께 회개해야 할 때다. 그것만이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는 길이다. 하나님은 회개의 기회를 주시려고 어렵게 하시는지도 모른다. 교만을 깨우치기 위해서 어려움을 주시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히려 하나님께 겸손히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기에 이 순간이 고난의 시간이 아니라 축복의 시간이다.
그 동안 하나님 앞에서 잘못 살아왔던 것들이 떠오른다. 내게 주신 귀중한 시간과 물질을 너무 규모 없이 사용한 것 같다. 지금의 극한 상황을 사는 것처럼 검소하고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회개한다. 회개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떠오른다. 전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살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던 것들이 떠오른다. 복음을 전해야 하는데,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을 자랑하고 전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살았던 것도 회개한다. 마음에 긴장보다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알고 깨어 경성하지 못하고 산 것도 나의 잘못이다. 이 모든 것을 회개한다. 하나님께 회개를 하면서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문득 회개만이 아니라 이 고난의 기회가 오히려 감사의 기회가 됨을 기억하게 된다.
“하나님! 고난으로 인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선교사들을 위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