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영성/일상의 영성

한 해를 보내면서

후앙리 2020. 12. 30. 11:40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온 세상에 가득했다. 코로나 19의 영향권 밖에 있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19로 인해(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동일한 현상이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전염병이 와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당한다.  3세계 나라들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양식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온 나라를 봉쇄하였기에 나가서 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축해 놓은 것도 없으며, 정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기에 굶어죽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도 가난이 더 무서운 한해였다.

교회가 세워진 것은 약자를 위해서다. 성경의 사상은 가난한 자, 병든 자, 약한 자, 소외된 자, 이방인, 나그네, 외로운 자들을 먼저 돌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구약에서부터 그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라고 말씀하셨다. 떨어진 이삭을 줍지 말고 가난한 자들이 와서 먹게 하라고 하셨다. 그러기에 코로나 전염병은 교회가 해야 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는 이 좋은 기회를 오히려 더 악순환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는 대신에 오히려 사회의 짐이 되었고 세상에서 욕을 먹는 행위를 부끄럽지 않게 행하였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이 사회에서 땅에 떨어졌다. 이는 교회 지도자들의 잘못이 크다. 나도 교회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뭐라 말하기가 두렵고 부끄럽다. 다만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것 같아 마음이 침통할 뿐이다.

그러나 성경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멸망이 끝이 아님을 말한다. 아담이 죄를 지었을 때 결과는 죽음이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길이 열렸다. 노아시대의 전 인류 멸망보다 더 큰 재앙과 심판이 어디 있었을까? 그러나 노아 한 사람으로 인해 인류는 다시 살아나게 된다. 기근으로 인해 야곱이 멸망에 이르게 되었을 때, 잃어버린, 아니 형들에 의해 팔려나간 요셉이 미리 예비한 애굽 땅에서 다시 살아나도록 하였고 결국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에 들어가는 기회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팔려 갔을 때, 다니엘이 포로로 잡혀 갔을 때, 어둠의 400년의 기간이 있었을 때, 이스라엘에게는 단 하나의 소망도 없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빛으로, 인생의 길로, 생명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이 세상을 다시 살리셨다. 스데반이 죽을 때, 모든 성도가 다 도망갔다. 교회는 없어진 듯 했지만 오히려 흩어진 성도들로 인해 교회는 더욱 확장되었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가 감옥에 갇혔을 때 복음도 감옥에 갇힌 줄 알았는데, 그곳에 기적이 일어나 오히려 간수를 살리고 교회가 개척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예수와 사도들 이후 2000년 동안 기독교는 이런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제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바닥을 치는 것 같지만 더 내려갈 수도 있다. 두더지처럼 땅 밑에서 더 헤맬 수도 있다. 내년은 그런 해가 될 것 같다는 예상도 해 본다. 그러나 인생과 교회, 그리고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소망이다. 하나님이 빛이시다. 하나님이 진리이시다. 세상은 망해도 하나님은 죽지 않으신다. 그 분은 사랑이시다. 그분의 자녀들과 교회를 지키신다. 멸망당해 죽게 된 영혼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이시다. 이방이, 탕자 둘째 아들처럼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시는 하나님이시다. 그 분이 우리의 유일한 소망이시다. 그러기에 현상으로만 보면 가장 절망적인 이 때, 오히려 하나님이 더욱 빛을 발하실 수 있는 기회다. 어두울수록 빛은 더욱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하나님의 영광의 빛이 이 세상에 비추일 것이다. 한국 교회에 하나님의 빛이 더 환하게 비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현상이나 현실, 그리고 세상의 판단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둠의 상황을 인지하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는 분은 빛 되신 하나님인 것을 고백한다. 그러기에 어둠으로 막을 내리는 것 같은 올 한해, 우리 각자와 교회의 현실 가운데도 소망과 희망으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