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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신학교 설립 본문

선교와 영성/약함의 선교

신학교 설립

후앙리 2020. 6. 26. 22:34

 

신학교를 시작하고자 하는 계획을 정리한 199711일의 일기내용이다.

<에콰도르의 년 말은 휴가기간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 올해도 우리가정은 변 선교사님 가정과 함께 기독교 수양관에서 년 말을 보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또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올 한해의 사역 계획을 함께 의논한 시간이 참 좋았다. 나는 여러 가지 사역 중에 새해에는 신학교를 시작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동안 생각했던 신학교를 해야 할 이유들을 가지고 선교사님들과 신학교에 대한 계획을 나누었다.

신학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사역하는 교회 연합회 소속의 대부분의 교회 목사님들이 신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목사님들이 자신들을 위해 신학교를 열어줄 것을 요청하였다.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 개척자가 많이 필요하다. 신학교를 통해서 더 많은 현지인 교회개척자를 배출할 필요성이 있다. 교회가 계속 세워지는 것이 이 나라의 복음화에 첫걸음이다.

인디헤나 교회 지도자들과 예비 목회자들은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에 도시의 신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그들을 위해 찾아가는 신학교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학비도 저렴하고 장소도 인디헤나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저녁 시간에 수업을 하되 일주일에 두 차례씩 하면 좋겠다.

신학교이지만 영적, 인격적 훈련을 할 수 있는 제자훈련 코스를 만들고자 한다. 4시간 강의를 한다면 1시간은 전인 훈련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기존의 신학교의 형태와는 다른 소그룹 활동과 전인적인 훈련을 할 수 있으며, 현지 지도자들의 형편에 맞는 신학교를 세우고자 한다.

단순히 선교사인 나의 필요가 아니라 현지인의 필요에 맞는 신학교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있어 그 동안 기도해왔다. 기도해 온 것이 결코 우연이나 선교사 개인의 욕심이 아니다.

이 사역은 다른 사역들과 더불어 상당히 효과적인 사역이다. 선교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현지인 지도자들을 세우는 일이다. 선교사가 선교지 교회를 위해 직접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복음화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함께 토의했던 선교사님들은 재고해 볼 것을 요청하였다. 그분들이 말한 재고의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공식적인 신학교를 갑자기 혼자 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 준비와 투자, 그리고 함께 할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신학교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떤 학교 형태를 먼저 만드는 것보다는 소수일지라도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소그룹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학교라는 공식 학교기관을 선교사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공식교육 혹은 형식 교육이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학교를 선교사가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선교사는 사람을 양육하고 키워야 하는데, 공식학교 형태인 신학교를 운영하다보면 사람을 키우기보다는 조직 운영을 위한 행정에 시간과 힘을 쏟아야 한다. 사람을 키우고자 하는 신학교가 조직 운영으로 인해 오히려 사람을 더 키우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같이 하고자 하는 목사인 리까르도 오냐(Recardo Ona)목사와 어느 정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직은 그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만약 그분과 함께 해야 한다면 좀 더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인디헤나 목사들과 신자들이 과연 신학교 교육을 받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각자 다 자신의 직업이 따로 있고, 교회 사역을 해야 하는데 신학교에 출석하여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신학교를 하게 되면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생 선택권을 선교사가 얼마나 가질 수 있느냐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학생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며, 어떻게 현지인을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 있다.

처음의 의도는 지도자를 양성하고 교회개척자를 길러내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위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 사람을 키우는 순수한 학교의 기능보다는 학위나 외형적인 성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학교 형태가 아니라 현재 할 수 있는 목사님들을 모아 필요한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과정보다는 비공식적인 교육이지만, 함께 만나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필요한 것부터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비공식적인 교육일지라도 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네 명의 선교사님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결국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마음은 힘들었지만, 선교사님들의 조언을 따르기로 하였다. 내가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하기보다는 지금 모이고 있는 목사님들과 함께 신학교에서 가르칠 과목들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사람일지라도 제자훈련을 통해 사람을 양육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선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선교사님들과 사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혼자 생각한데로 실행했다면 어쩌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을 것이다. 새로운 사역에 대해 함께 의견과 생각을 나누어 객관적으로 사역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것이 팀 사역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