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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앙헬(Angel) 목사님 본문

선교와 영성/약함의 선교

앙헬(Angel) 목사님

후앙리 2020. 7. 14. 18:05

 

에콰도르에서 나의 가장 귀한 동역자 앙헬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1998115일의 일기의 내용이다.

 

<앙헬(Angel)목사님은 나에게 있어서 참 고마우신 분이다. 혹시 먼 훗날 헤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앙헬 목사님을 추억하기 위해서 그 동안 앙헬 목사님과의 관계를 기록해 본다. 앙헬 목사님은 알파와 오메가(A y Ω) 교회를 담임하고 계신다. 교회 목회를 하시면서 시청 청소부로 일하고 계신다. 틈틈이 농사일도 하신다. 그렇게 해야 여덟 명의 자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인디헤나들은 대학을 보내지 못하는데, 여덟 명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서 대학 진학을 원하는 자녀들은 대학까지 보내고자 한다. 큰 딸 난시(Nancy)는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다.

앙헬 목사님은 내가 에콰도르에 도착하여 언어를 하지 못할 때부터 옆에서 여러 가지로 챙겨주셨다. 알파와 오메가 교회에 나를 초청하여 설교도 하게 하시고, 결국 내게 교회 청년부를 맡아서 지도하도록 하셨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 교회를 정규적으로 출석하면서 필요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AIEP 교회들을 계속해서 방문한다. 앙헬 목사님은 무엇보다도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시다. 아침 4시에 일어나신다. 가족과 교회와 에콰도르와 세계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늘 내게 말씀하신다. 에콰도르 사람들은 보통 기도를 많이 하지 않는데, 내가 옆에서 볼 때 앙헬 목사님은 정말 기도를 많이 하시는 분이시다. 뿐만 아니라 성경 말씀도 많이 보신다. 목사지만 너무 가난하기에 성경을 연구할 주석이나 신학 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설교를 할 때 주로 성경을 보고 묵상한 것을 가지고 설교를 하신다. 묵상한 말씀을 가지고 삶 가운데 체험하는 말씀을 전하시기에 말씀이 살아있다. 설교는 미사여구 없이 단순하지만, 오히려 성경을 그대로 전하는 장점이 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내가 많은 은혜를 받는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선교사로서 영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귀한 특권이다. 나는 앙헬 목사님보다 신학 교육은 더 많이 배운 선교사이지만 앙헬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때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하나님 말씀의 오묘함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정말 말씀을 통해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된다. 얼마나 감사한 분인지 모른다. 선교사는 단지 무엇을 주고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현지인 지도자(목사)들로부터 많이 배우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선교사가 배우는 것이 바로 선교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좋은 목사님을 만나게 하셔서 내가 배우고 은혜 받고 위로받게 하셨으니 나는 행복한 선교사다.

앙헬 목사님은 누구보다도 부지런하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기도하시고, 5시 반에 출근하셔서 오전 내내 시내 쓰레기 수거를 하시는데 하루에 20KM씩 뛰신다. 청소해야 할 구역이 20KM. 점심 식사 후에 퇴근하셔서 교인들 심방도 하시고, 집에 오셔서 농사도 짓는다. AIEP 목사 성경공부 모임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으신다. 내가 인도하는 성경공부에 잘 참석하시니 얼마나 내게 힘이 되는지 모른다. 지난주에는 음주 운전을 해서 경찰서에 들어간 청소부 동료의 면회를 갔다 오고, 이번 주에는 남편이 술을 먹고 폭행하여 심각하게 다친 마을 여성의 병원에 심방을 하셨다. 이렇게 매주일 교회 성도가 아니라도 열심히 돕고 위로하러 다니신다. 그러면서 복음을 전하신다. 앙헬 목사님을 보면서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된다. 목사님처럼 기도도 많이 못하고, 열심히 성도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앙헬 목사님은 더욱 깨어 있는 삶과 사역을 하도록 나를 일깨워주시는 분이시다. 앙헬 목사님은 정말 부족한 선교사인 나를 도우라고 보내주신 천사다. (스페인어의 앙헬/Angel은 천사란 뜻이다)>

 

그 후로 앙헬 목사님과는 에콰도르를 철수할 때까지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맺었다. 참으로 좋은 동역자였다. 내가 에콰도르를 철수한 지 8년 만에 다시 에콰도르에 방문했을 때, 여전히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계셨는데,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여 두 군데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계셨다. 다만, 너무나 많은 일을 해서 건강이 좋지 않아 보여 염려가 되었다. 그 후로 그분을 보지 않은 지가 7년이 지났지만, 그분이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