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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2019년 7월 기도편지 본문

원장 개인 방/기도편지

2019년 7월 기도편지

후앙리 2019. 7. 15. 22:56

사랑하는 선교의 동역자님들께!
2019년도 절반이 지나고 벌써 한해의 또 다른 절반을 시작한 7월입니다. 그 동안 주 안에서 평안하셨는지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평강의 안부를 전하면서 지난 7개월 동안의 사역과 생활, 그리고 기도제목을 나누고자 합니다.

선교교육 연구원(IMER) 주관으로 작년 12월 10일부터 19일까지 알바니아로 필드 리써치 훈련(FRT)을 다녀왔습니다. 9명이 참석하여 오전에는 현장 리써치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직접 시내로 나가 알바니아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훈련을 실시하였습니다. 밤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터뷰의 경험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교지 사람들의 문화와 종족,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는 훈련이었기에 고된 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 참석자들의 만족도는 높아 내년에 또 참여하겠다는 고백을 하였습니다. 아내 김진희 선교사는 리써치 훈련에 참석하지 않고 알바니아 선교사 자녀들의 심리검사와 부모님들에게 해석 상담 및 선교사 개인 상담을 하였습니다. 상담으로 선교사님들을 섬길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했습니다. 필드 리써치 훈련은 내년(2020년) 1월 중에 네팔에서 실시할 예정입니다.

저는 선교 교육을 위해 전반기에도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에서 다양한 선교에 대한 강의와 설교를 하였습니다. 특별히 저의 모교회인 전남 영광의 포천교회에서 4월 14일에 선교에 대한 설교를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교회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저를 가르치셨던 장로님들과 성도님들을 만나 그 동안 선교사로 살아온 나날들을 돌아보며 설교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은혜였습니다. 저의 지난날의 신앙여정을 돌아보면서 정말 부족한 자를 택하셔서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생각하며 한없이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저의 모교회가 어려운 시골 교회이지만 많은 선교사를 도우며 세계 선교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교회인 것을 보고 감격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이 기도편지를 통해 담임 목사님과 모든 성도님들이 지금도 저와 선교 사역을 위해 기도하시고 후원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필리핀 침례교 신학교 강의를 위해 지난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필리핀 다바오에 다녀왔습니다. 3일 동안 설교의 중요성에 대해서와 빌립보서 강해에 대한 강의를 하였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 기간이 신학교 개교 15주년이어서 기념행사를 함께 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30여명의 졸업생들이 방문하여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개교 감사예배, 설교대회, 체육대회, 놀이, 음식 만찬, 연극 대회등 다양한 행사를 하였습니다. 이 신학교는 각 학년마다 10명, 전체 20~30명의 소수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기도와 말씀훈련을 받는 학교입니다. 비록 학생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전인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여 미래의 필리핀 교회와 사회 지도자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필리핀 지도자를 바르게 세우는 신학교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저는 매년 한두 차례씩 방문하여 강의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아내 김진희 선교사는 선교사 상담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일에는 교회 영아부를 지도하며, 주중에는 상담과 더불어 박사 과정의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2주 전에는 3박 4일 동안 중국과 여러 나라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를 한 선교사님들을 집단 상담을 통해 섬겼습니다. 선교사 상담과 논문과 교회 사역으로 많이 지쳐있는데 힘을 얻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큰 딸 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섬기며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둘 째 딸 희래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 학기를 잘 마쳤습니다. 가족들이 건강하게 있는 곳에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선교의 동역자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임을 기억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더운 여름에 주님 안에서 평강 가운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 영, 김진희 (새, 희래) 드림
2019년 7월 11일

기도제목
1, 하반기의 선교 강의 사역과 라오스 단기 선교 사역을 잘 감당하며 선교교육에 필요한 책 출판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2. 김진희 선교사가 논문 쓰는 일과 선교사 상담사역, 교회 사역을 지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며 잘 감당할 수 있도록
3. 후원자들과 후원 교회들이 선교에 동참하는 기쁨과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4. 선교 교육을 통해 한국 교회의 선교가 계속 활성화되며, 한국 교회가 건강하게 선교에 동참할 수 있도록

+ 선교 단상: 약함의 선교
알고 지내는 한 목사님이 작년 말에 제가 제국주의적인 선교, 혹은 크리스텐돔(기독교 국가 체제, 혹은 기독교 왕국을 말함. 힘과 강함의 상징)의 선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은 제가 힘과 강함으로 선교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함의 선교’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고, 약함의 선교를 가르치고 있으며, 약함의 선교를 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약함의 선교가 저의 선교철학인데 그런 저에게 강함의 선교를 하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오히려 “목사님은 제국주의적인 선교와 크리스텐돔의 선교의 의미를 알고는 있으신가?” 하고 반문 했습니다.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라오스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 선교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선교사는 집사로 교회를 섬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선교사 되었는지 과정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학교도 정식으로 가지 않고 약식으로 공부를 하여,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제대로 된 선교훈련도 받지 않았습니다. 한 선교단체의 소속이 되었지만 그 선교단체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교단체였습니다. 후원도 거의 없이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습니다. 나이도 오십이 넘었습니다. 파송교회도 없습니다. 선교 경험도 별로 없습니다. 현지 선교사 협의회에 소속할 수도 없습니다. 선교사들이 주고받는 선교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도 없습니다. 선교사가 되었지만 속칭 비주류에 속한 선교사로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로 현지인들과 함께 교제하고 함께 밥을 먹습니다. 그의 유일한 재산은 자전거입니다. 내일 먹고 살 돈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비행기 값이 없어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올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주류 선교사가 아닌 비주류 선교사입니다. 주류 선교사들은 비주류 선교사들이 선교의 질을 하락시킨다고 비판합니다. 비주류선교사를 얕잡아 보고 무시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선교사를 만나서 교제하면서 이 선교사에게만 있는 특별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믿음이었습니다.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만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이런 질문으로 기도하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부족한 자가 왜 이 길을 걸어가야 합니까?” 이 질문은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의심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께 간구하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만 전적으로 의탁하는 기도입니다. 이런 기도 가운데 그는 하나님과 깊은 교제와 교통을 합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매일매일 만나를 통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한 것처럼 그에게는 의지할 곳도, 예정된 것도, 안정된 후원자도 없지만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매일매일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만큼만 채워주십니다. 이렇게 순간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매일의 삶은 믿음의 삶이고 은혜의 삶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라오스 선교사를 만나면서 전에 아는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던 “이영 선교사는 제국주의와 크리스텐돔의 선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던 목사님도 라오스 선교사님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목사님은 귀한 사역을 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의 사역을 사람들은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안정된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기에 목사님은 저를 보면서 강함의 선교와 안정된 선교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신 것입니다. 목사님이 볼 때 저는 25년 동안 선교사(목사) 사회의 주류에서 살아왔습니다. 정규 신학대학을 나오고 한국에서 소위 잘나가는(?) 선교단체 소속입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7년 동안 든든한(?) 파송교회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사역이라면 선교지이건 한국이건 간에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목사님의 눈에는 제가 힘과 강함의 선교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약함의 선교를 외쳐도 그 목사님에게는 강함의 선교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 것입니다. 저의 삶이 안정되고 목사님께 없는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언급한 목사님과 선교사의 두 예를 보면서 약함의 선교의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성찰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강함의 선교의 반열에 들어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저는 그 동안 약함의 선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인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바로 강함의 선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함의 선교를 하는 선교사님들을 비판한 것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약함의 선교는 구호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함의 선교는 라오스 선교사와 그렇게 제게 말씀하셨던 목사님이 하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정말 두 벌 옷도 없이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머리 둘 곳이 없이 떠돌아다니며 사느라 집 한 채 없이 사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교회를 이루셨지만 요즘 선교사들처럼 번듯한 교회건물 하나 짓지 않으셨습니다. 가르치셨지만 학교 건물은 세우시지 않으셨습니다. 병을 고치셨지만 눈에 보이는 병원을 세우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돌봐주셨지만 선교센터 하나 짓지 않으셨습니다. 왕이 되라는 모든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오직 12명의 제자들과 먹고 마시면서 함께 동고동락 하셨을 뿐입니다. 주님이야 말로 약함의 선교를 하신 모범입니다. 오늘날 예수님처럼 선교하면 위에서 언급한 라오스 선교사처럼 선교사로 인정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함의 선교로 세상을 변화시킨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믿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선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안정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강함의 선교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이 예비 되지 않는 삶,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약함의 선교가 아닐까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