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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생활 속의 영성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생활 속의 영성

후앙리 2020. 7. 15. 12:00

오늘은 한국의 설날(구정)이었다. 선교지이지만 설날을 지내기 위해 함께 사역하는 선교사 네 가정이 모였다. 엄마들이 만두를 빚으며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빠들은 아이들이랑 제기차기를 하며 노는 즐거운 교회학교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렸다. 어른들은 세배를 받으면서 한국의 설날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세뱃돈도 아이들 각자에게 일일이 챙겨 주었다. 세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늦은 밤까지 선교사 가족들이 함께 윷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설날을 보냈다.

설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 보았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한 하나님을 섬기는 한 백성이지만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속한 민족과 나라에 대한 정체감을 가지고 사는 존재들이다. 선교사와 그의 자녀들은 외국에 나와 살지만 그 뿌리는 언제나 한국인이다. 선교사 자녀들이 자라서 나중에 어디에 살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한국인으로 살아야 한다. 그들이 스페인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에콰도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영어를 잘한다고 미국 사람이 될 수도 없다. 아이들의 문화가 한국보다는 선교지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현지인이 될 수 없다. 현지인들은 선교사 자녀들을 한국인으로만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설날을 보내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쳐 주고자 매년 특별한 모임을 갖는 것이다. 설날은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날이다.

설날을 보내면서 나는 하나님께서 이 귀중한 시간을 우리에게 허락하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였다. 윷놀이를 하는 동안에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윷놀이를 시작할 때 기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마음 가운데 평안과 기쁨으로 놀이를 즐겼다. 하나님의 자녀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놀이를 즐기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함께 하심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기에 감사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즐겁게 노는 시간에도 하나님과 교제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예배 시간이나 기도 시간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쉬고 즐기고 노는 시간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시간이 바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을 허락하시고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다. 물론 하나님을 꼭 기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놀이를 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이 된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고 하나님이 주셨기에 자유함 가운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들과 기쁘고 즐겁게 지내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사는 모습이다.

내가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더욱 느껴야 하는 때는 아내와 함께 시장을 보는 시간이다. 아내와 함께 시장을 볼 때 나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물건을 살 때는 두 사람 모두 긴장을 한다. 서로의 물건을 사는 기준과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서로 논쟁하게 되고 마음이 상할 때도 있다. 물건 사는 것 때문에 의견이 다르면 내 생각만을 하게 되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기는커녕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물건을 사러 가기 전에, 물건을 사는 긴장된 순간에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함께 기도한다. 물건을 사는 중에도 예배 시간이나 기도 시간에 느끼는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즐겁고 은혜로운 시간이 되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서로가 편한 상태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주셔서 돈을 소유할 수 있고 하나님이 주셔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누리고 사는 것에 감사한다.

아내는 대학 때 유아교육을 전공했는데 대학을 다닐 때에는 기독교용 어린이 유치원 교재를 만들었다. 그때 아내는 전체 교재 내용 속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과 하나님이 중심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아이들에게 바른 기독교 교육을 한다는 의미는 하나님과 관련된 자연과 수학과 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성경의 세계관으로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 따로 성경 따로가 아니라 성경적인 세계관이 국어, 수학, 과학의 내용 중에 들어가는 것이 기독교 교육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학교에서 하는 기독교 교육은 수업 시작 전에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을 기독교 교육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성경을 배우기도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성경의 세계관과 하나님과 상관없는 교육을 한다. 자연을 공부하면서 자연 안에 하나님이 드러나 있지 않고, 과학을 공부하면서 창조론이 아니라 진화론을 공부한다. 그리고 수업 전에 기도했으니 기독교 교육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된 기독교 교육은 영적인 시간과 수업 시간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교육 내용에 하나님의 세계관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 뱅크스라는 신학자는 눈뜬 영성과 눈 감은 영성에 대해 말했다. 눈 감은 영성이란 예배나 공식적인 하나님과의 교제 시간에 갖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말한다. 눈 뜬 영성이란 모든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사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직장에서나 다른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이 임재하는 것을 경험하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을 드러내고 그분께 모든 영광을 드리는 삶을 살 때 그것이 바른 영성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하신다. 우리가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집에 있을 때나 여행 할 때나, 어려운 순간에나 즐거운 시간에도 함께 하신다. 그러기에 그분과 함께 항상 기뻐하고 슬퍼하고 울고 웃고 일하고 쉬고 누릴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그분이 제외된 일상의 삶은 의미가 없다. 일주일에 드리는 한번의 예배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상의 시간들이 예배 시간처럼 하나님 앞에서 중요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늘 그분을 느낄 수 있고 그분과 함께 기뻐하며 사는 일상이 필요한 것이다.

-부연해서-

오늘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면서 부모들끼리 미리 약속을 하였다. 어린이 각자에게 한 가정에서 1불씩 주기로 한 것이다. 네 가정이기에 한 어린이당 4불씩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선교사님이 모이기 전에 집에서 이미 세뱃돈을 주셨다. 자연히 그 집 아이들은 5불을 받게 되었다. 그 선교사님 아이가 5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다른 아이들은 1불을 더 달라고 자기 부모에게 떼를 썼다. 그 순간에 나는 이 아이들의 항의가 합당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세뱃돈은 부모가 자식에게 거저 주는 돈이다. 4불도 부모가 안 주면 못 받는다. 그런데 1불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하나님께 요청하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나님이 주시지 않으면 인간은 단 한 푼도 가질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의 존재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께 덜 가졌다고 더 달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불평한다. 세뱃돈을 더 달라는 아이들이 곧 나의 모습임을 돌아보면서 하나님께 달라고 하기 전에 주님의 은혜에 먼저 감사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