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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아이들의 평안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아이들의 평안

후앙리 2020. 8. 17. 11:49

오늘은 미국 비자를 받으러 미국 대사관에 가는 날이었다. 아내와 나는 비자를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밤잠을 설칠 만큼 걱정을 하였다. 비자를 받게 해 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지만 마음에 염려가 떠나지 않았다.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에콰도르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미국 비자를 받기가 가장 어려운 때이다. 911 테러 이후에 미국 입국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비자를 받기 어려운 조건은 다 가지고 있다. 이전에 나는 비자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비자를 거절당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비자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가정은 재정 보증도 약하다. 가족이 비자를 받는 것은 혼자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 우리는 온 가족이 다 받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여행하거나 통과하는 비자가 아니라 학생 비자, 즉 거주 비자를 받아야 한다. 우리 가정이 비자를 받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많은 걱정을 하면서 기도하였다.

비자를 받으러 가는 오늘 아침 새와 희래는 우리 부부의 이런 걱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우리 부부의 걱정스런 마음을 안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대사관에 가자고 하니 그저 두 아이는 즐겁게 따라올 뿐이다. 걱정이나 염려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염려 없이 명랑하고 평안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아빠, 엄마를 의지한 것이다. 비자를 받든지 못 받든지 간에 그들은 아빠와 엄마가 앞으로의 길들을 예비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아빠, 엄마가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을 믿은 것이다. 비자를 받지 못해도 아빠와 엄마가 가는 데로 따라만 가면 된다. 아빠와 엄마가 있기에 어디를 가든지 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는 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보호해 줄 엄마와 아빠가 중요한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옆에 있고 함께 대사관에 가는데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님 아버지를 묵상해 보았다. 나에게는 하늘 아버지가 있다.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나를 지금까지 인도해 주셨으며 앞으로도 인도해 주실 것이다. 비자를 받든지 받지 못하든지 나의 하늘 아버지가 인도해 주실 것이다. 나는 그분의 품 안에 있으면 된다. 나는 그분을 의지하고 그분을 신뢰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분은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확실한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 자녀들의 아빠인 나보다 훨씬 확실한 나의 아버지이시다. 문제는 나의 육신의 자녀들은 나를 믿는데 나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여러 가지 일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처럼 밝고 기쁘게 살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산다.

아이들을 보면서 믿음 없음을 회개하게 된다. 아이들이 나를 향해 갖는 믿음보다도 하나님을 향해 갖는 내 믿음이 적다는 것을 회개한다. 내 자녀들이 육신의 아버지인 나를 신뢰하는 것처럼 나도 하나님을 신뢰할 것을 다짐해 본다. 내게 육신의 아버지가 있다면 나도 그 아버지를 신뢰할 것이다. 그 신뢰를 기억하면서 육신의 아버지보다 더 확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할 것을 기도한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7:9~11)”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염려하지 말라.(6:32~34)”

오늘 아침에 우리 가족은 미국 대사관에 도착해서 초조한 가운데 영사 면담을 기다렸다. 마침 한 중년 여성인 영사에게 우리 가정의 면담이 배정되었다. 영사가 우리의 서류를 대충 보더니 재정 보증이 약하다고 하였다. 다른 질문은 하지도 않았고 재정적인 부분만 말하고 비자 거부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비자 서류를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서 서류들을 챙겼다. 서류를 챙겨 우리에게 내미는 순간, 영사가 사용하는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서류를 우리가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영사는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한참 동안 통화를 하였는데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미국에 있는 영사의 부모로부터 온 전화였다. 통화를 하면서 이 영사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통화가 끝날 무렵, 내가 잠깐 설명을 하였다. 비자를 받을 때 재정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나의 신분은 선교사이기에 선교사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고려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때 이 영사는 내 말을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되돌리던 서류를 다시 가져가더니 자세하게 살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비자를 주겠다거나 안 주겠다거나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였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다른 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비자가 나왔다고 하면서 서류와 비자가 찍힌 여권을 되돌려 주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상황으로는 비자 받기가 불가능하였는데 그 영사의 마음이 움직여 받게 된 것이다. 우리가 짐작하기에는 미국에서 부모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고, 그 순간에 나의 설명을 듣고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거부 도장까지 찍었던 서류를 다시 가져가서 비자를 준 것이었다. 이것은 기적이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미국에 가는 것이 꼭 필요해서 영사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믿는다. 그 긴박한 순간에 미국에 사는 영사의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여 전화를 걸게 하신 분이 하나님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것은 주님 재림 후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알게 되겠지만 주님이 기적을 일으키셨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비자를 받아서 기쁨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순간에 기적적으로 역사하셨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고 감사한 날이었다. (200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