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임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것이 비교할 수 없는 유익이 있다. 오늘도 한해 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다(세웠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같
- 오늘의 말씀 2024년 1월 26일(금) 42 날이 밝으매 예수께서 나오사 한적한 곳에 가시니 무리가 찾다가 만나서 자기들에게서 떠나시지 못하게 만류하려 하매 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
- Today
- Total
선교교육 연구원(IMER)
교회 연합회(AIEP) 지도자 수련회 본문
지난 이틀 동안 교회 연합회의 지도자 수련회가 있었다. AIEP에 속한 21명의 목사들과 지도자들이 참석하였다. 모인 장소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AIEP의 수양관이었다. 아직 부엌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화장실도 겨우 한 개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잠자리도 시멘트 바닥에서 얇은 담요를 깔고 자야만 했다. 장소는 불편했지만 성과가 있는 수련회였다. 이번 수련회의 주된 목표는 AIEP와 각 교회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첫날은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내가 1시간 동안 강의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수련회에 참석한 지도자들에게 직접 자신들의 계획을 세우도록 하였다. 다음날은 앞으로 1년 동안 해야 할 주요 사업에 대해 나누었다.
수련회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수련회 전에 수양관 침대를 구입하도록 했는데 결국은 준비하지 못하였다. 예배실 창문의 유리도 달지 못했다. 침대는 며칠 전에 AIEP에서 이미 재정이 지출되어 수련회 날짜에 맞추어 구입하도록 했는데 책임을 맡은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것을 하기로 했던 책임자는 수련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만약 책임자가 시간이 없어 구입하지 못할 경우에는 연락해 주면 내가 사겠다고 했는데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 대해 답답하였고 마음속에서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그렇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유리창을 다는 것은 다른 일을 멈추고라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밤에 날씨가 춥기 때문에 그곳에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리창을 달아야만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유리창이 없는 불편함이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 순간에 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이들의 문화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왜 현지인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데 선교사인 나는 이렇게 문제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화도 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들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현지인들과 똑같이 동화되어 사는 것이 나의 선교 철학인데 현지인에게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내가 동화되지 못한 선교사라는 것 아닌가?
내게는 에콰도르 사람들의 시간 준수 문제도 힘든 일이다. 수련회에서도 모임 시작 시간을 오후 4시에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4시까지는 세 사람이 왔고, 6시가 되어서야 몇 사람씩 오기 시작하였다. 시간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순서에 차질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을 지켜 달라고 여러 차례 광고하고 부탁도 했지만 시간을 안 지키는 것은 여전했다. 나도 어느 정도 이들의 문화에 적응되어 순서에 차질이 생겨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이들의 시간을 안 지키는 문화는 결국 스스로에게 손해를 가져 온다는 점이 내 마음에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손해가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손해는 이 단체나 개인의 삶에 있어서 발전이 더디다는 점이다. 발전이 더디다는 것은 계속해서 가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 반복됨으로 인해서 창조적인 일은 하기가 어렵게 된다. 시간을 지켜 잘 모여서 계획한 대로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문화와 발전이라는 개념을 함께 놓고 생각해 볼 때 무엇이 우선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교사인 나도 확실히 모르겠다. 이들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나의 관점일 수 있다. 내 관점에서는 가난하게 사는 이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잘 살게 되는 기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좀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신들에게 맞는 문화 속에서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시간을 잘 안 지키는 문화 속에서 발전은 더디게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은 것인 것이다. 발전하면 좋겠다는 내 생각도 이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먼저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선교사인 내가 가져야 할 자세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수련회를 통해 이들의 관심이 아직도 신앙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많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앙적인 것을 다루는 시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물질적인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모두가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본다. 아직도 신앙적인 것보다는 사는 것 자체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다. 신앙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선교사인 나의 책임이다. 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계속해서 이들을 섬길 때 언젠가는 이들도 신앙적인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련회를 하면서 이들이 순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순수하다는 것은 착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단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단순한 것일 수도 있다. 단순하기에 지금껏 지켜 온 전통들을 쉽게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좋은 문화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바꾸고 개혁하고 도전하는 것이 균형 잡힌 삶일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순수한 분들을 위한 나의 역할이 백지에 글을 써 나가는 것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진다는 비전 가운데 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20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