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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후앙리 2020. 8. 7. 14:15

에콰도르는 가난한 나라이다. 길거리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큰 도로로 나와 물건을 파는 사람들,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구걸하는 사람들, 차 유리창을 닦아 주고 강제로 수금(?)해 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차가 많이 막히는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에 물건을 팔고 구걸을 하고 차 유리창을 닦는다. 그들 옆에는 경찰이 있지만 단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들은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잘 지낸다. 이 사람들은 어떤 모양이든지 운전자들에게 돈을 받으면 하나님이 갚아주시기를 바란다(Dios le pague).”라는 인사를 한다. 이 감사의 표현은 이곳 가톨릭의 신앙에서 유래되었다. 운전자가 구걸하는 사람을 도와줌으로 인해 선한 일을 했기에 하나님이 갚아 주셔서 천국에 이를 수 있다는 그런 사상이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이 너무 당당하다. 자신들 때문에 운전자들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자신들이 돈을 받음으로 그 역할을 해 주었기에 오히려 운전자들이 감사해야 한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그들은 감사합니다(Gracias).”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이 갚아주시기를 바란다고 인사한다.

길거리에는 어린아이들을 내보내 구걸을 시키는 어른들도 있다. 아주 어린아이들, 즉 두세 살 먹은 아이들이 차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뛰어 들어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른이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구걸을 하기도 한다. 적은 액수의 동전을 주면서 나는 과연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삶의 습관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해 본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때도 있는데, 그들을 도와주든지 안주든지 간에 마음은 항상 불편하다. 가능하면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때로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해 본다. 아무리 많은 군중이 몰려와도 외면치 않으신 주님이셨다. 가난한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주신 분이시다. 이런 주님을 생각하면서 내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기억해 본다. 하나님께로부터 넉넉히 받았으니 넉넉히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럴 때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그들을 축복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습관이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돕는 것으로 그들이 빵 하나라도 더 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마음을 갖고자 한다. 내가 모든 가난을 다 없앨 수는 없지만 가난한 자들을 사랑할 수는 있다. 매일 길거리에서 나를 귀찮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그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주님의 마음을 닮는 것이다.

만약 주님께서 나를 그들처럼 가난하게 만드셨다면, 나는 주님께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 아마왜 부자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습니까?”라고 울부짖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도 부자이다. 나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고민만 하는 부자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돕는 작은 것만으로 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주님처럼 긍휼과 사랑의 마음을 잊지 말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전도하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기억해야 할 책임이 내게 있다. 그들은 주님의 새로운 은혜와 사명을 깨닫게 하는 주님이 주신 나의 선물이요, 보물이기 때문이다. (20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