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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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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적 교회

후앙리 2019. 3. 30. 22:15

나는 선교 단체 본부에서 동원부서에서 개척 선교회(GMP) 선교학교(PS: Pioneers School)를 개최하는 사역을 하였었다. 몇 년 전에 서울의 한 교회와 연결해서 그 교회 교인들 중심으로 선교학교를 열었다. 선교가 교회의 본질이라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강의도 있었다. 선교학교가 끝나고 선교학교에 참석했던 교인들이 담임 목사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교회도 선교적 교회로 교회의 체질을 바꿀 것을 제안하였다.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자신의 교회를 비판하며 잘못된 교회의 모습을 바꾸어야 한다는 강한 항의를 하였다. 이 제안을 들은 담임목사는 적잖게 당황하였다. 그 후에 부목사들이 선교적 교회는 성경적 교회가 아니라는 것과 선교적 교회의 부정적인 부분을 연구(?)해서 교인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GMP 선교학교는 이 교회에서 더 이상 개최할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선교적 교회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교회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어나야 했는가?

 

한국 교회에 선교적 교회라는 이슈가 들어 온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선교적 교회는 인도 선교사 출신의 영국 선교학가 레슬리 뉴비긴(James E. Lesslie Newbigin)에 의해 시작되었다. 뉴비긴은 38년 동안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다가 영국으로 돌아와서 본 본국이 바로 선교지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기독교는 문화의 형태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교회는 생동감을 잃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교회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뉴비긴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선교학가 벤 겔더(Van Gelder)1998선교적 교회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대중화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 선교적 교회가 한국 교회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선교적 교회는 무엇인가? 선교적 교회에 대한 정의와 이해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나타나다. 선교적 교회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선교적 교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적 교회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교회의 본질은 선교라는 것이다. 본질이 선교라는 것은 선교를 위해 교회가 존재하며, 선교가 교회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는 단순히 교회에서 하는 하나의 활동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며,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교회가 선교를 하고 있다, 혹은 선교의 비중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라 선교가 중심이 되어 교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관점과 이해는 그 동안의 전통적 교회가 모든 것을 교회로 끌어 모아 교회의 성장과 확장을 추구하는 건물과 조직의 교회와는 다르다. 선교적 교회는 교인들이 세상으로 흩어져 삶의 자리에서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회를 말한다.

 

전통적 교회에서 선교는 교회가 하는 많은 일들 중의 하나였다. 선교는 하나의 활동이었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에서 선교는 교회의 전체다. 선교는 교회에서 하는 활동의 차원을 넘어선다. 교회에서 하는 여러 가지 활동, 즉 목회, 교육, 구제, 교제, 섬김 등의 모든 활동이 선교를 위해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활동들은 총체적으로 선교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 선교적 교회에서 성도들은 각자가 서있는 곳에서 선교사처럼 살아간다. 선교는 해외에서 하는 것만이 아니다. 선교는 길거리에서 하는 전도의 차원만이 아니다. 성도가 교회에서 하는 것처럼 직장에서 선한 행실로 사는 것이다. 가정에서 선교사가 선교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모임보다도 세상으로의 흩어짐을 강조한다. 선교적 교회는 예배보다도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선교적 교회의 교인들은 있는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고 봉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교적 교회의 선교다.

 

그러기에 선교적 교회에서 해외 선교에 대한 강조는 줄어든다. 어떤 선교적 교회 주장자들은 해외 선교를 선교적 교회의 범주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내가 읽었던 20권 이상의 선교적 교회에 대한 책에서 해외 선교를 말하는 책은 한권도 없었다. 자연히 선교적 교회에서 해외 선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선교는 선교적 교회가 탄생할 때 선교적 교회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양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그들의 주장은 선교적 교회는 해외 선교에 참여하는 활동이 아니라 있는 자리에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선교적 교회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선교적 교회를 주장하고 선교적 교회를 추구하는 교회는 해외 선교를 별로 중요시여기지 않는다(물론 모든 선교적 교회가 그런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는 교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참 된 선교적 교회는 국내에서 하는 모든 선교적 활동들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하는 선교적 활동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국내에서 이웃과 사회를 섬기는 것처럼 해외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 진정한 선교적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선교적 교회에서 해외 선교와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교적 교회에서 해외 선교를 등한시 하는 것이 안타깝다. 선교적 교회에서 주장하는 교회의 역할, 즉 있는 자리에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있는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는 사명을 강조하다가 해외 선교를 등한히 하는 것에는 균형을 잃은 선교적 교회라고 생각한다.

나의 학위 논문에서 선교적 교회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요약한다.

첫째, 선교적 교회는 선교의 주체를 하나님으로 인식한다. 전통적 교회는 선교의 주체를 교회로 보지만 선교적 교회는 선교를 삼위 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으로 본다.

둘째,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존재성 또한 선교적 본질에 초점을 둔다. 전통적인 교회는 선교를 교회의 행위에 초점을 두지만 선교적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선교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에 보냄 받아 그 삶의 자리에 하나님 나라를 성취해 가는 선교적 존재로 인식한다.

셋째, 선교적 교회는 하나님 나라 확장에 초점을 둔다. 전통적인 교회는 개교회의 성장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지만 선교적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초점을 둠으로 잃어버렸던 선교적 역동성을 회복시켜 준다.

넷째, 선교적 교회는 통합적이고 통전적인 사고를 하는 교회이다. 복음과 구원의 통합성을 인식하고 복음을 통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원의 개념을 단지 개인의 회심으로 축소하지 않고 세상과 만백성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본다. 선교적 교회는 선교를 지리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지역사회와 세계 선교를 균형있게 감당하는 교회이다. 선교적 교회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선교와 교회의 이분법, 복음과 구원의 이분법, 선교지와 교회의 지리적 구분을 극복하는 교회이다.

다섯째, 선교적 교회의 선교방식은 성육신적이다. 전통적인 교회의 실천은 권위주의적인 방법을 취하고 서구의 우월한 힘에 의한 교회확장과 문화 팽창이었다. 반면에 선교적 교회의 선교방식은 동일하게 선교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아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방식이다.

교회는 선교가 본질이다. 선교를 위해 교회가 존재한다. 선교를 위해 하나님은 이 땅에 교회를 세우셨다. 그러기에 교회와 성도는 있는 자리에서 선교사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본질적인 부분에서 교회가 변해야 한다. 전통적 교회에서 예배나 교제를 강조하는 것, 교회 내부의 일을 강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을 강조함과 동시에 세상에서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사회적 책임, 복음 전도, 세계 선교를 균형있게 감당하는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통적 교회에서 교회의 부흥만을 위해 일하는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세상을 변화시켜 세상이 하나님 나라가 되도록 한다는 더 넓은 비전과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