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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선교지 생활의 여유와 기쁨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선교지 생활의 여유와 기쁨

후앙리 2020. 7. 15. 12:06

나는 매일 늦은 오후 해거름에 집 가까운 곳의 조그마한 공원을 약 20~30분 정도 산책한다. 이곳 에콰도르는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한국보다는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한국보다 땅이 넓기도 하지만 일보다는 놀고 휴식하는 것을 즐기는 문화이기 때문에 공원을 잘 가꾸어 놓은 것 같다. 어디를 가나 넓은 공원이 잘 가꾸어져 있는 것이 나는 좋다. 오늘 산책을 하면서 생각한 것을 적어 본다.

이곳 에콰도르는 적도에 위치하고 있다. 적도이기에 일 년 내내 날씨가 똑같다. 낮과 밤의 길이도 항상 일정하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조깅을 할 수 있다. 한국 서울의 하늘은 매연과 먼지로 뿌연 때가 많지만 이곳 하늘은 맑고 높다. 하늘을 보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하늘을 보면 마음에 평온함을 느끼게 되고 산책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산책하면서 아름다운 하늘을 보면 절로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고 평화로운 마음도 갖게 된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해결되는 것 같다. 내게는 이 산책 시간이 참으로 육체적, 영적, 정신적으로 회복의 시간이 된다.

선교사로서 이런 아름다운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축복이다. 나는 선교사가 고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쉬기도 하며 선교지의 삶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을 즐기지 못하면 선교지가 단순한 일터로 끝나 버릴 것이다. 선교지 일터에서 일을 잘 할지라도 삶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 선교지 땅이 선교사의 마음속에서 사랑스러운 땅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선교사는 사역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의 땅을 사랑하고 사모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선교지에서도 쉬어야 하고 여유 있고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선교사에게 선교지는 항상 즐겁고 기뻐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드는 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교사가 안식년에 고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선교지로 갈 수 있는 힘은 선교지에서 누렸던 축복의 시간들이 많을 때 나올 것이다. 그 축복의 시간은 사역도 포함되지만 선교지에서 가졌던 즐기고 누리며 회복한 행복한 시간들이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고생만 하고 상처 가운데 살 수 있다. 사역에 좋은 열매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선교지에서 즐겼던 좋은 추억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선교사가 안식년에 본국에 돌아왔을 때 선교지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질 수 있다. 그러기에 선교사는 주어진 환경 가운데서 비록 조그마한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맞게 활용하고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교사는 고생만이 아니라 그 고생을 풀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와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생만 하다가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누리기도 하게 하시고 또한 힘든 것을 다시 회복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사도 바울이 감옥에서도 항상 기뻐하라고 했던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것들에 만족하며 누리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선교지는 선교사에게 고난과 아픔의 장소가 아니라 기쁨과 회복과 감사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나의 선교지 에콰도르가 내 삶의 축복의 장소가 될 수 있어서 오늘은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선교사로 헌신하여 고국을 떠날 때 위대한 선교사의 직분을 맡겨 주심이 축복이었던 것처럼, 오늘도 선교지 땅에서 산책하며 하나님이 주신 자연 속에서 즐기며 평온함으로 사는 것도 또한 축복이다. (200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