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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말씀 2024년 1월 26일(금) 42 날이 밝으매 예수께서 나오사 한적한 곳에 가시니 무리가 찾다가 만나서 자기들에게서 떠나시지 못하게 만류하려 하매 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
-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임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것이 비교할 수 없는 유익이 있다. 오늘도 한해 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다(세웠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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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라면이 왔어요 본문
며칠 전에 한국 식품점을 하는 강씨 할아버지 집에서 전화가 왔다. 라면이 도착하였으니 빨리 와서 사 가라는 소식이었다. 마침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고 아이들도 라면을 좋아해서 아내와 바로 사러 갔다. 강씨 할아버지 가게에 도착해 보니 막 들어온 여러 가지 한국 식품들이 가게에 꽉 차 있었다. 라면도 ‘짜파게티’는 물론 우동 라면, 컵 라면 등 종류대로 다 있었다. 다른 한 쪽에는 ‘새우깡’ 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양파깡’을 비롯해서 다른 과자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 식품들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구리’ 라면 한 박스와 ‘안성탕면’ 반 박스를 샀다. 집에 돌아와 냄비 두 개에 종류에 따라 각각 두 봉지씩 끓여 온 식구가 모처럼 맛있게 먹었다.
우리 가족이 한국에 살 때는 라면을 거의 먹지 않았다. 안식년에 한국에 갔을 때도 그동안 못 먹은 라면 맛을 보느라 처음에 도착했을 때만 몇 번 먹어 보았을 뿐 나중에는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 선교지에만 오면 라면을 먹게 된다. 라면을 단순히 식사 대신 먹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먹는 특별식으로 생각하고 큰 기쁨으로 먹는다. 이유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더 맛있는 한국 음식이 많이 있어 마음대로 먹을 수 있기에 굳이 라면을 먹는 것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라면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어른들은 라면보다는 다른 음식들을 즐겨 먹는다. 그러나 이곳 에콰도르에서는 라면으로 한국 음식을 대신하는 마음이 있어서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할 수는 있지만 요리를 해서 먹기까지는 시간과 재정적인 한계가 있어 쉽게 먹지 못한다. 한국 음식을 대신해서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라면은 우리 가족에게 적절한 별미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사명은 선교지 문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 선교사이지만, 나의 몸은 한국에 뿌리를 둔 한국인이라는 증거이다. 한국에서는 집에서 음식을 하기 싫을 때, 나가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사먹을 수 있다. 때로는 길거리에서 먹는 떡볶이와 순대로 식사 한 끼를 때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늘 음식이 풍요롭고 다양해서 음식에 대한 특별한 다른 욕구나 감정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때로 음식 때문에 내가 선교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음식을 실컷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나라의 음식을 먹는 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기쁨 중의 하나이다. 선교사로서 한국 음식과 선교지 음식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단지 선교사는 다른 두 문화권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한 한국인으로서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곳 에콰도르 뀌또에는 약 500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이곳은 다른 남미의 나라들보다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적다. 자연히 한국 식품점이나 음식점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많지 않다. 이곳의 한국 음식점은 한국 사람이 운영할 뿐 에콰도르 사람들이 요리를 하기에 한국 음식의 맛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식품들을 구할 수 있는 한국 식품점이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이 식품점이 5~6년 전에는 배추만 파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배추뿐 아니라 고추장, 된장, 김 등 아주 기본적인 한국 식품들을 판다. 한국 식품점을 통해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은혜요, 기쁨이다. 오늘은 모처럼 비를 맞아가면서 라면을 사러 가 한국 맛을 느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먹는 즐거움을 누려 본다. (200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