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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세상의 빛 교회’ 교인들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세상의 빛 교회’ 교인들

후앙리 2020. 8. 11. 12:17

 교회 세례식이 끝나고 나서 지난 목요일 우리 교회(‘산따 아니따교회’)를 개척했던 세상의 빛 교회지도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지난주에 세례식을 할 때 세상의 빛 교회지도자들을 세례식 순서에 참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배제하고 이영 선교사 혼자 세례식 순서를 진행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변명할 말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항의(?)를 듣고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였다. 집에 오면서 나는 억울함과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사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잘못했다고 한 것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세워 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만든 것은 내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했다고 하면 그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지만 잘잘못을 따지면 갈등은 더 불거질 것 같아 잘못했다고 한 것이다.

그들이 항의한 것은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례식 전에 세례식의 순서에 그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순서를 맡아 달라고 미리 요청을 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 응답이 없었다. 참석하여 나를 도와주고 또한 함께 세례식을 치렀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들이 답을 주지 않아 오히려 내가 서운했었다. 나는 그들이 참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줄 알고 우리 교회 위주로 순서를 짜서 진행하였다. 그런데 그날 세례식장에 교회의 많은 지도자들이 예고 없이 참석하였다. 나는 참석한 교회 목사님을 세례식 순서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배제되었다고 나에게 항의하였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자신들이 세례식을 전적으로 주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처음에 응답을 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 교회 세례식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막상 세례식에 참석하여 보니 세례식이 은혜롭게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정말 잘 치러진 것을 보고 시기하는 마음이 작동했던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이것은 내 짐작이고 내가 모르는 나의 잘못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이들의 문화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거나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참고 사과한 것에 대해 성령께서 나를 도우셨던 것으로 보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과하고 끝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 내 감정은 그리 편하지 않다. 선교사로서 이럴 때는 참 힘들다. 누구에게도 이런 문제를 말할 수 없고, 내 자존심도 상한다. 조용히 주님께 나아가 기도한다. “주님! 그들의 마음을 평안케 해주시고 제 마음도 위로해주세요.”(2003.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