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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임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것이 비교할 수 없는 유익이 있다. 오늘도 한해 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다(세웠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같
- 오늘의 말씀 2024년 1월 26일(금) 42 날이 밝으매 예수께서 나오사 한적한 곳에 가시니 무리가 찾다가 만나서 자기들에게서 떠나시지 못하게 만류하려 하매 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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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마르띤의 요구 본문
우리 복음주의 교회 연합회(AIEP)의 여러 부서 중에 교육부가 있다. 이 부서에서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초등학교 과정을 개설해서 초등교육을 시키는 일도 한다. 에콰도르 교육제도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시골에 있는 인디헤나의 공립 초등학교는 정부 교육부에서 관할하지만 지방 단체들(교회 연합회, 지역 개발 위원회등) 2~3개를 선정해서 이 단체를 통해서 학교들을 관리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연합회도 그중의 하나로서 우리 단체에서 몇 개의 학교와 초등학교 교사 100명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교사 월급을 주고 학교 운영에 직접 관여한다. 그 일을 우리 단체의 교육부에서 담당하는데 이 교육부의 총책임을 맡아 일을 하는 사람이 마르띤(Martin)이다.
마르띤은 도시에서 아주 먼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그때 당시 시골에서 초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특권이었다.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곳 에콰도르 수도인 뀌또로 나와서 시청 청소부로 취직을 하였고, 공부는 계속하였다. 매일 일을 해야 했기에 주중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일을 하지 않는 토요일 날 공부를 해야 했다. 그는 일하면서 공부하여 중, 고등학교 공부를 하였는데 이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 칠 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방학도 없이 공부를 하였다. 이곳 인디헤나들이 고등학교까지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사하게도 그의 공부하는 열정이 소문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도왔고 정부에서도 장학금을 주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에콰도르에서 아주 좋은 대학 중의 하나인 "우떼(Ute)"라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일주일에 4일씩 저녁에 학교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였다. 일을 계속하면서 학교에 다녀야 했기에 경제적인 형편도 좋지 않았다. 가정을 꾸려 나가야 했기에 부인도 도시에 나와 파출부의 일을 하고 자신도 시청 청소부의 일을 계속 하여야만 했다. 그의 자녀들도 모두가 학교에 다니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이 나라 인디헤나들에게 있어서 아주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디헤나들은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중단하는 일이 많고 고등학교까지도 나오기가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한 학기만 더하면 대학을 졸업한다. 졸업을 하면 공식적으로 고등학교 교사가 된다. 그는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 가운데도 우리 AIEP의 교육부 일을 책임을 맡아 잘 감당하고 있다.
우리 단체에서 그와 나는 함께 많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교회와 신앙적인 교육 부분에서 일을 하고 그는 일반 학교교육 분야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어제는 우리 집에 찾아왔다. 전에도 일이 있으면 우리 집에 가끔 찾아오기도 했는데, 어제는 갑자기 개인적인 일로 찾아와서 내게 돈을 좀 꾸어 달라고 했다. 빌려 달라는 금액이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이유는 자기의 마지막 학기 등록금과 아이들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꾸어 주면 일주일 있다가 갚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어려운 사정을 알기에 꾸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요즈음 나도 그 만큼의 돈을 빌려 줄만한 여유가 없어 안타깝지만 빌려 주지 못했다. 현지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선교사는 잘 살고 돈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절약해서 겨우겨우 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돈을 꾸어 주지는 못하고 대신에 약간의 돈을 주면서 등록금에 보태라고 하였다.
지금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다. 학교 입학금과 등록금, 학용품을 사야 하는 시기이기에 그렇다. 평소에도 먹을 것이 부족한 형편인데 학교에 등록하는 이 시기에는 모두가 등록금 때문에 쩔쩔 맨다. 매 해 이때만 되면 내게 등록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동안 나는 몇 번은 꾸어 주기도 하고 그냥 도와주기도 했는데 돈을 꾸어 주는 것은 아주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며칠 만에 갚겠다고 하고서 갚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결국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경우가 되었다. 그 뒤로는 누군가 돈을 꾸어 달라고 하면 그냥 도와주든지 아니면 아예 꾸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돈을 잃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돈 때문에 사람 관계까지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돈을 꾸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돈을 꾸러 올 때마다 내 마음은 무겁다. 이곳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사람들을 다 도와 줄 수도 없고 그냥 외면할 수도 없는 그런 안타까움을 늘 가지고 살고 있다.
이 기간에는 또 다른 사람이 돈을 꾸러 올 것이다. 꾸러 오는 사람은 최소한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가 자주 주게 되면 현지인은 선교사의 돈을 바라게 되고 선교사를 영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사역에도 지장이 되기에 신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의 긍휼로 어려운 인디헤나들의 삶이 빨리 좋아지기를 기도한다. 그러면서 우리 주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셨을까를 생각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거나 그것에 너무나 얽매이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주님의 마음일 것이다. 같이 인내하며,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것이 선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이다. 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나는 더욱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나누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마음도 잃지 말아야 한다. 복음으로 이들의 삶이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지금까지 힘 있게 살아온 마르띤이 이번에도 잘 견디어 에콰도르 사람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200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