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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마음의 상처와 치료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마음의 상처와 치료

후앙리 2020. 7. 15. 12:00

 

어제 한 한국인 집사님 부부와 함께 지방 도시를 여행할 일이 있었다. 집사님 부부가 지방 도시에 필요한 일이 있어서 우리 부부와 함께 갈 것을 부탁하여 동행하게 된 것이다. 이분들은 3년 전에 에콰도르에 이민을 오셔서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들이시다. 감사하게도 이제는 사업이 잘되어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오고 가는 길에 우리 부부는 에콰도르에서의 어려운 생활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교회 생활과 사업의 어려움들이 참으로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3년의 기간이 이분들에게는 30년이 지난 것처럼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많은 변화와 아픔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선교사의 삶도 형태는 다르지만 이민자의 고단한 삶 못지않게 힘든 점이 있음을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 안식년으로 한국에 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선교지에서 많이 변해서 돌아왔다고 하였다. 내가 변했다는 것은 이전처럼 나약하지 않고 강해졌다는 의미였다. 강해진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 잘 견디고 이겨내는 힘이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는 선교사 자신의 주관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도 포함되는 말이다. 내게 기분이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내 모습이라고 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선교사는 강해져야만할까?

어떤 분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교사는 타국에서 살면서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에 안고 살아간다. 선교사는 고국의 후원자들에 대한 책임, 사역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한 순간도 내려놓지 못하는 삶을 산다. 선교사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선교지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언어가 잘 안 통해서 답답한 마음도 다스려야 한다. 선교사 동역자나 현지인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힘든 것도 참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이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가 쌓이면 몸과 마음의 병이 될 수 있다. 이런 마음의 상처 가운데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식어지기도 한다. 그런 상처가 반복되고 커지면 정신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선교지의 생활의 긴장과 아픔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는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교사들은 안식년 때 한국으로 돌아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선교사는 선교지에서의 힘들고 고단한 삶을 오히려 승화할 능력이 필요하다. 고난을 하나님이 주신 연단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영성과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고, 하나님께서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신앙이 필요하다.

선교사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생에 고난이 올 때 고난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요, 하나님이 그의 자녀들을 연단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고난 속에 너무 많은 고통과 번민으로 스스로를 억누르지 말고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생각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난을 고난 중에 만나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회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선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는 그대로 담아 두거나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육신이 피곤하면 쉬어 주어야 하고, 몸이 아프면 치료해야 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는다. 손에 상처가 나면 상처에 약을 바른다. 가벼운 상처나 병들은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육신적인 질병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정신적인 상처나 충격, 혹은 스트레스도 그에 상응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가벼운 스트레스는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큰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게 되면 적절한 치유의 기회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외식을 한다든지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음식을 차려 먹는다든지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내 아내는 감정적으로 힘이 들면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서 밤에 전깃불을 모두 끄고 촛불을 켜 놓고 식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힘들 때는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매일 똑같은 집안 분위기보다는 가구를 바꾸고 짐 정리를 하고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잠시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적절한 취미 생활을 계속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음의 상처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사람과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의 약점이나 잘못을 기억하기보다는 그들을 축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지나가는 길이나 관공서 등 어디에서든지 현지인들에 의해서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될 때는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축복하는 기도를 한다.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하나님이 나를 긍휼히 여기신 것처럼 나도 그들을 긍휼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다. 기도를 할 때 성령이 도우셔서 그들을 용서하게 되고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잘못되면 하나님과의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 가운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제도 마음의 아픔과 감정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가까운 사람은 동료 선교사나 현지인 친구들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평소에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선교사들 중에는 사역 속에서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역을 떠나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자매의 관계를 먼저 맺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이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게 되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힘들 때 도움이 된다. 하나님께서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다.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다. 세상을 볼 때 하나님의 눈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소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유머를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적당한 유머와 웃음은 좋은 치료제 중의 하나이다.

선교사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 문제를 기도 제목으로 삼아 기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선교사들이 다른 기도는 하면서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와 스트레스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을 수 있다.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고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선교사가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과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자신이 부족하고 잘못했다고 반성하며 자아 성찰을 하는 성숙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성령님께 상처를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만큼 중요한 방법은 없다.

어제 여행에서 집사님 부부의 어려운 타국 생활을 듣고 선교사로서 나 자신의 삶은 어떠하며, 나는 삶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며 살아야 할지 잠시 정리해 보았다. 우선은 내가 먼저 육신적,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선교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기에 건강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적, 육신적, 정서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풍성한 삶이 나 자신의 삶에서 드러나도록 살고 싶다.

나를 비롯한 모든 선교사들이 마음의 상처와 병에서 자유함을 누리면서 사역했으면 좋겠다. 고난과 아픔을 통해 삶이 연단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선교사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기를 기도한다. (20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