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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에콰도르 사람들의 운전 습관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의 운전 습관

후앙리 2020. 7. 15. 11:54

 

이 나라 사람들은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 생각은 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 요즈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이곳에서 운전을 하면서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방향 지시등을 거의 켜지 않는다. 방향 지시등이 없이 갑자기 서고, 갑자기 출발하고, 갑자기 차선을 바꾼다. 그래서 운전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모르는 에콰도르 사람들이라는 불평을 하게 된다. 그 불평을 내 입으로 말함으로 인해 이 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은 생각 안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차 있다. 그 결과는 내 마음의 평안함을 빼앗아 가고 에콰도르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만든다.

선교사는 때로 현지인과 현지 정부로부터 피해를 당한다. 외국인이라서 놀림을 받기도 하고 똑같은 상황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선교사의 본국보다 훨씬 열악한 시스템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선교사는 선교지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렵게 된다.

어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살면 살수록 현지인이 미워진다고 하기도 했다. 미워지는 결과는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불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불평을 할 때 선교사 자신이 먼저 괴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또 이러한 부정과 불평하는 태도는 현지인들을 사랑할 수 없도록 만든다. 선교지 사람들이 사랑스럽지 않게 되면 결국 선교사는 그 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교사의 가장 큰 임무는 현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선교사가 사랑을 잊어버린다면 선교지에 있을 필요가 없다. 나는 현지인을 사랑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이들을 사랑하게 해 달라고 계속해서 기도한다. 그것은 내 육적인 감정과 이성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쁜 운전 습관을 볼 때마다, 억울한 감정이 드는 불합리한 일을 당할 때마다, 이들을 미워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용납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선교사인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세상을 사랑하셔서이다.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 주님은 그 죄인을 사랑하셨다. 주님은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 선교사가 가끔씩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은 문제이다.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과 그분의 사랑을 자주 잊어버린다. 선교사가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 사랑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럼으로 인해 불평하고 불만족하게 된다. 부정적인 사람으로 변해 간다. 이것은 선교사 자신을 죽이는 일이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이 땅에 오신 주님은 죄인이 된 우리를 위해 오셨고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 나는 이 사실을 날마다 묵상하고 기도해야 한다. 그럴 때 현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님을 생각할 때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현지인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선교사의 사명은 사역보다 앞선다.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진 현지인들도 사랑하는 것이 선교사가 선교지에 있어야 할 이유인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현지인들의 운전 습관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이다. 현지인들은 그들의 운전 습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외국인인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사실은 외국인인 내가 볼 때에만 나쁜 운전 습관이지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습관이요, 문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운전 습관은 나의 문화의 산물일 수 있으며, 결코 내가 운전의 기준은 아니다. , 운전 법규가 다른 것이지 어느 나라의 법이 더 옳으냐 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현지인의 나쁜 운전 습관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부족한 문화 적응이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이들의 문화에 잘 적응한다면 그들의 운전 습관은 나쁜 습관이 아니라 몸에 익숙한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것이다. 만약 그들이 한국에 와서 운전을 한다면 다른 운전 법규나 습관으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나쁜 운전 습관을 가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운전 습관이 나쁘다고 표현한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태도로 인해 나는 불평하게 되고 그 불평으로 현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내가 이 문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운전할 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이다.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회개하며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200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