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 설교

이곳 뀌또에는 교파가 다른 세 개의 한인 교회가 있다. 그 중에 나는 장로교회에서 가끔씩 설교를 한다. 담임 목사님이 여행을 할 때나 연고가 생길 때는 나를 초청하여 예배의 설교를 부탁한다. 나는 나이 드신 목사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설교를 승낙한다. 설교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인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 선교사로서 한인들과 연관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우리 가정은 에콰도르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기에 가능하면 한인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첫 텀 때는 한인들과 관계를 거의 갖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한인들과 만나게 된다. 특별히 아이들 때문에 한인들과 연관을 갖게 되는 일이 많다. 이번에는 장로교 한인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선교 대회를 가시면서 내게 설교를 부탁하였기에 또 한인들을 보게 된 것이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오면서 한인들과의 시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설교하는 입장에서는 예배 중에 설교가 가장 중요하고 설교가 전부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 그러나 교회는 단순히 예배만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설교만 잘 한다고 해서 교회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설교를 잘해도 교회의 한 일원으로 깊은 관계를 맺지는 못한다. 교회는 설교 이외의 교회를 이루는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교회만의 신비가 있다. 나는 단지 설교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의 하나 설교를 통해 한인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개인적인 욕심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설교를 잘 했다는 칭찬을 받을 기대를 할 필요도 없다. 설교를 통해 사람들이 완전히 변화되는 것을 바랄 필요도 없다. 다른 곳에서 한인들과 만날 기회를 가질 기대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다만 담임 목사님을 대신해서 한번 설교해주는 자 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성경적으로 잘못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를 믿고 설교를 부탁한 목사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기에 외부적인 눈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 몇 명이 왔는지, 분위기가 어떤지에 대한 것은 내 영역이 아니다. 오늘은 출석한 성도가 몇 명인지에 대해서도 세어보지도 않았다. 교회를 외형적인 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싶은 우리의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교회의 근본적인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그분의 교회를 아름답게 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한인 교회로서 이곳에 세우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한다.

개인적으로는 모처럼 한인들을 만나 한국말로 교제하는 것이 좋았다. 선교사는 자국어로 실컷 떠들고 싶을 때가 있다. 한 마디 말을 해도 감정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한국 음식도 함께 먹고 한국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 교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선교사와 한인 교회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선교사는 설교를 하면서 한인들과 교제를 하고 교회는 설교자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교사가 한인들과 좋은 교제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위로와 충전의 기회가 된다. 한인 교회도 현지인 선교를 하고자 할 때 선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 공생 관계로 하나님이 주신 은사에 따라 함께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한인 교회와 선교사간에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로 협력 할 때 하나님 나라가 더 빨리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2기 사역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