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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거룩한 삶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거룩한 삶

후앙리 2020. 8. 11. 12:17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에 공부하러 가기 위해 토플 시험 성적이 필요해서 영어 토플 시험공부를 하였다. 미국 문화원에서 하는 토플 시험 준비 코스에 다녔다. 수업 시간은 주중이 아니라 금요일 밤 시간과 토요일 오전이었다. 나는 첫 번째 수업을 하는 금요일 밤에 한 시간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도착하여 보니 화장실 안에는 여러 개의 문들이 있었다. 그래서 한 문 앞에 서서 들어가고자 문을 밀었다. 미는 순간 문 뒤에서 와장창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문은 화장실 문이 아니라 창고 문이었던 것 같다. 그것을 모르고 밀고 들어가고자 한 것이다. 창고 안쪽 문에 기대 놓았던 사다리 같은 것이 쓰러지면서 뭔가 부딪혀서 떨어졌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서 조용히 문을 도로 당겨 닫았다. 그 순간 주위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마음에는 무엇이 넘어져 깨졌다면 큰 손해를 일으킨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어서 그날은 집에 왔고, 그 다음날 토요일에 수업을 받으러 미국 문화원에 갔다. 전날 밤에 마음의 부담이 있어서 문화원 직원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손해를 끼친 것이 있으면 변상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도 토요일이었기에 문화원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다. 문화원에서는 강사만 와서 수업하도록 하였다. 직원이 없어서 사실을 말할 수 없어 그날도 그냥 집으로 왔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 사건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많이 불안했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내 양심이 나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계속해서 두드리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주 금요일에 직원들이 퇴근하지 않는 시간에 맞춰 수업 시간보다 일찍 문화원에 갔다. 그리고 그 문화원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를 찾아가서 사실을 얘기했다. 손상된 것이 있다면 내가 변상하겠다고 하였다. 총책임자는 나의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화장실의 물건이 파손된 것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하였다. 아마 무엇이 파손되었다면 벌써 보고가 들어왔을 텐데 그러지 않았기에 염려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정직하게 얘기해 주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하였다. 아무 염려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였다. 일을 저질러 놓고 그동안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아무런 손해를 끼치지 않았고 또한 별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의 부담이 다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큰 잘못은 아니었고 그 누구도 보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보셨을 것이고, 손해를 끼쳤다면 변상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고백하여 문제를 해결하니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에서 자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순간에 정말 죄 짓고는 못 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도둑질 당한 사람은 발 뻗고 잘 수 있지만 도둑질을 한 사람은 발 뻗고 잘 수 없다는 말도 생각이 났다.

인간의 참된 행복이란 정직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 때 평안을 누릴 수 있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자녀가 거룩함을 저버리고 사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평강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삶을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경험하였다. 나 스스로는 거룩을 지키며 살기에 부족하기에 하나님께 거룩한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더욱 기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2003.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