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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임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것이 비교할 수 없는 유익이 있다. 오늘도 한해 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다(세웠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같
- 오늘의 말씀 2024년 1월 26일(금) 42 날이 밝으매 예수께서 나오사 한적한 곳에 가시니 무리가 찾다가 만나서 자기들에게서 떠나시지 못하게 만류하려 하매 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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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레반따도르(Leventador)산 화산 폭발 본문
어제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온 뀌또 시내를 덮었다. 화산재의 재난을 처음 경험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사역을 멈추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다. 화산재가 밤새 5미리 정도는 쌓인 것 같다. 화산재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테이프로 붙였다. 화산재 때문에 오늘은 하루 종일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아침에 해가 비취었는데 오후에는 하늘이 흐리면서 또 다시 화산재가 내렸다. 화산재로 인해 뀌또 시내 전체가 멈추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중단하고 공항이 폐쇄되고 관공서와 가계들이 철시를 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나도 영어 학원에 공부하러 가지 못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해서 아이들도 밖에 못 나가는 것이 답답하고 무료하고 심심해서인지 놀아 달라고 나를 귀찮게 한다. 저녁에는 수돗물이 끊길 수 있을 것 같아 집에 있는 그릇을 다 꺼내 물을 받아 놓고 샤워도 일찌감치 끝냈다. 하루 종일 온 식구들이 함께 있는 집안의 공기도 화산재의 먼지가 들어와서 쾌쾌한 냄새와 공기가 가득한 느낌이다.
에콰도르는 세계에서 현재 진행 중인 화산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54개가 현재 폭발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이고, 그중 14개가 세계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활동성 화산이며, 그중에 3개가 지금도 화산 분출 진행 중에 있다(Tugulagua, Aua pichincha, Rentador). 하루 종일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인생은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어제 교회에 다녀와서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난 사이에 화산이 터지고 화산재가 날아온 것이다. 아침 7시30분에 화산이 폭발했다고 방송에 나왔지만 화산재가 어디로 날아갈 것인지 예측하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지질학자나 기상 학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폭발이었고, 이들도 화산재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나는 오늘 교회에 다녀와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차를 닦고 책을 보면서 주일을 보내고자 했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계획이 완전히 빚나간 것이다. 하루 일과가 생각대로 안 되니 마음이 혼란스럽게 되었다. 갑작스런 화산 폭발을 경험하면서 아무리 잘 계획하는 인생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한계를 가지고 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알고 사는 것이 참된 지혜이다. 영원히 살 수 있고, 내 힘으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려놓고 무한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2.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모처럼 집에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감사하다. 비록 생각대로 일상적인 일을 하지 못 했을지라도 주님이 이 기회를 주신 줄로 알고 모처럼 인생을 돌아보고 책을 읽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들을 더 좋은 시간으로 바꾸고 긍정적으로 빨리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 갑작스런 이런 어려움은 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답답해하지 않고 몸부림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사는 이 나라 사람들이 성경에 더 가까운 삶을 사는 것 같다. 이것은 한국인인 내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인생은 잠시 잠깐 왔다 가는 풀과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기에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3. 이런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화산 폭발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하지만 집에 갇혀 있는 사람들 중에 가난한 사람은 나쁜 공기가 집안에 들어와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시간이 가면서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다. 피해자들이 많아 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그런 사람들을 함께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자연 재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하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어려운 자들의 편에서 그들을 도우시는 분이시다. 가난하고 연약한 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4. 화산 폭발을 경험하면서 한국과의 문화 차이를 느끼게 된다. 한국 같으면 벌써 이 화산 폭발에 대한 뉴스가 온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 나라 TV는 계속해서 축구하는 것을 방영하고 있다. 아주 간간이 이 뉴스를 보내고 있으니 한국인인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뉴스에 화산 소식이 나오지 않아도 나처럼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 나라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대해 잘 견디는 습성이 있다. 이런 큰 일이 일어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처럼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답답함을 스스로 마음속에 담고 표현하지는 않는지 모르지만 겉으로의 모습은 잘 참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기자들이라면 휴일이지만 화산 폭발 현장에 바로 달려갔을 것이다. 이곳 기자들은 예산과 장비가 부족하여, 쉬는 날이라고 화산 지역에 달려가지 않는다. 기자들도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휴일에 일하지 않는다. 내게 화산 폭발은 아주 특별한 뉴스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뉴스가 아닌 것 같다. 선교사로서 문화 차이를 느끼면서 내 문화가 반드시 옳은 것을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들 문화와 다르기에 내가 어색할 뿐이지 이들은 이런 문화 속에서 오히려 편하게 사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함께 누리며 사는 선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느긋한 이들의 모습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한국 사람들처럼 어떤 일에 대해 너무 빠르고 급하게 대처하는 것보다 한 박자 늦게 하나님을 바라보며 참고 기다리며 사는 삶이 필요한 것이다. (200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