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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몸이 아픈 가운데서 본문

성경공부, 설교/말씀묵상(QT)자료

몸이 아픈 가운데서

후앙리 2009. 9. 4. 10:44

지난 주간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많이 아팠다.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몸이 정상이 아니다. 이 아픔이 시작 된지 한 달이 지났다. 기침하고 가래가 나오고 몸이 피곤하고 쑤신다. 아픔이 한 달 동안 계속되어 오다가 이번 주에 절정에 달했다. 언제 나을지도 모르고 어디가 문제인지도 모르니 더욱 답답하다. 지난 한 달 동안 무리하지 않았고 많이 쉬었지만 몸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이 아픈 중에 내게 일어난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짜증이 늘었다. 아이들에게와 아내에게 다정한 말 대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인다. 큰소리와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얼굴은 짜증으로 가득 찼고 힘들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변했다.

아무런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의욕이 없어졌다. 몸이 아프니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한 심정은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힘이 없으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지난주까지는 몸부림치면서 일어서려고 했는데 이번 주에는 그것 마저 포기했다.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었다. 의사에게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한국에서 사온 종합 감기약을 먹고 있다. 약을 먹어도 진전이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것만 같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도 힘이 든다. 묵상도 안 되고 그저 잠만 온다. 누우면 자고 그냥 쉬는 연속이었다. 생각하는 것조차도 귀찮아 진다.

마음이 자꾸 움츠려 들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미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원망하고 싶어진다. 혼자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몸이 아프니 부정적으로 변해 가는 것 같다.

그러면 왜 이렇게 약해지고 있는가? 왜 몸이 호전이 안 되는가? 어떤 원인으로 시작되었는가? 내 생각에는 그동안 무리를 했던 것 같다. 열심히 산다는 핑계로 몸을 돌보지 않았고 쉬지 않았다. 무리하게 일을 했던 것이 원래 고산 지형에 약한 내 체질을 견디기 힘들게 만든 것이다.

아픈 중에도 부정적인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내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내가 나를 지키는 것처럼 살아왔던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것처럼 자랑하고 살았다. 다른 사람에게 건강을 지키라고 강요하며 살아왔다. 나는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 이제부터 나는 좀 더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 내가 참으로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을 적게 할 필요도 있다. 어떤 주장을 할 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줄일 필요도 있다. 나를 다 드러낼 필요가 없다. 나를 다 드러낸다는 것은 하나님보다도 나를 더욱 신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좀 더 말을 적게 하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살아야 한다.

고통 중에 몸부림쳐도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얼마나 몸부림쳤는가? 이제는 내가 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하나님이 하시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은 그 동안에도 함께 하셨다. 앞으로도 함께 하실 것이다. 우리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기 전에 가장 몸부림칠 때에 하나님께서는 조용히 계시면서 무응답으로 반응하셨지만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바쁘게 일하고 계셨다. 하나님은 예수님의 고통가운데 계셨다. 다만 예수님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셨을 뿐이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나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도 없는 존재이다. 나는 하나님을 찾을 수도 없는 존재이다. 내가 지금까지 하나님 앞에 쓰임 받았던 것은 내가 하나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간섭해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때로 침묵으로 인도하셨다. 하나님의 선택적 사랑으로 함께 하셨다. 내 몸이 낫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기도해서라기보다는 하나님의 긍휼 때문이다.

몸이 힘든 중에 “모험으로 사는 인생” 이라는 폴 트루니에가 쓴 책을 읽었다. 그 책을 통해서 인생은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이며, 아름다운 것인가를 배웠다. 책에서는 모험하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하였다. 실패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요, 성공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실패의 연속인 것은 나의 인생을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통과 실패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는 성장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인생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된다.

내 자신을 하나님께 더 많이 맡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먼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고백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고백한다. 내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계획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동안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아왔다. 너무 완벽하게 살아 보려고 노력하였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일 중독증세가 있었다. 이제는 하나님이 하시도록 맡겨야 한다. 그 분이 하시는 대로만 따라가야 한다. 그분이 쉬라고 하면 쉬고 그분이 전진하라고 하면 전진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 왔기에 너무 조급해 하며 살아온 것 같다. 내가 만든 틀을 정해 놓고 가족들과 사람들이 그 속으로 오도록 다그치면서 살아 왔다. 아내가 밥맛이 없다고 할 때 밥을 안 먹으면 곧 죽을 수도 있을 것처럼 강요하면서 밥을 먹도록 하였다. 아이들도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강제로 빨리 자도록 하였다. 내 스스로가 좁은 틀을 만들어 나와 내 가족과 사역까지 조여 매였던 것 같다. 결국 이것은 내 염려였고, 내 주도권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밥 한 끼 안 먹어도 죽지 않는다. 늦게 자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염려하는 것으로 키를 한자라도 더할 수 없다.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때로 나는 너무 계획적이다. 계산적이다. 완벽주의자다. 내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안 되면 몸부림치는 나 자신이었다. 이제는 좀 더 하나님이 주신 모든 자유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실수하는 나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평강은 주님으로부터 나온다. 평강의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주님을 묵상해야 한다. (2001년/2기 사역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