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를 준비하면서

주일 예배를 준비하면서

지금 출석하는 교회에서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설교를 한다. 매주일 청년 주일학교 성경공부를 인도한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교회 연합회에 속한 다른 교회를 방문하여 설교를 한다.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의 주일학교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다. 장년, 청년부, 유치부, 유년부 주일학교, 이렇게 네 부서로 나누어 주일학교를 진행한다. 주일학교가 끝나면 10시 30분부터 2시간 정도의 주일예배를 드린다. 시간이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도 늘 각 부서 주일학교의 시작 시간이 늦어진다. 주일 학교 시간이 늦어지면 자연히 주일 예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늘 우리 가족은 9시 50분경에 교회에 도착하였다. 우리 가정도 늘 일찍 와서 기다리다가 이제는 아예 늦게 온다. 그것은 아무리 광고를 해도 10시까지 한 사람도 안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10시로 옮기면 시작은 10시를 기준으로 똑같이 늦어진다. 평소에 10시 넘어서 주일학교가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 가정은 이보다는 좀 빨리 도착을 한다. 6년 동안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면서 예배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교회를 보지 못했다. 오늘도 예상했던 대로 청년들은 하나도 와 있지 않았다. 청년부 공부하는 교실의 문도 열려지지 않았다. 장년 주일학교가 본당에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인도자는 목사님이 아니라 교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장년 주일학교 인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목사님과 장년 주일학교 공부 인도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어린이 주일학교도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오지 않았고 어린이들만 몇 명 와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시켜 청년부 교실의 열쇠를 찾았다. 열쇠가 어디있는지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찾기가 어려웠다. 늘 겪는 일이었지만 오늘따라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 많았다. 목사님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목사님 집은 교회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고 목사님의 따님이 어린이 주일학교 담당 교사인데 10시 10분이 넘어서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주일 학교 교실들은 문이 닫혀 있었고, 장년 성경공부는 다른 사람이 인도하고 있었던 것이 내 마음에 거슬렸다. 청년들도 하나도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내 마음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열쇠를 찾으면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긴장감이 더해졌다. 그 때 부터 30분 정도 지나자 몇 명의 청년들이 오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청년들도 모두장년 주일학교에 참석하라는 목사님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배드릴 분위기라고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순서와 시간과 모든 것이 다 뒤바뀌어 있었다.

그 순간 당장 목사님 집에 찾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찾아가서 따지고 바로 잡고 싶었다. 교회 예배를 이렇게 준비해서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시간도 잘 지켜야 하고 약속대로 교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 일어서려는 내 자신을 억눌렀다. 리고 교회 한쪽 구석진 곳에 앉아 혼자 조용히 기도하였다. 기도하면서 분노가 일어나는 마음을 다스렸다. 내 자신의 화를 참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하였다. 기도하는 가운데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

기도하고 눈을 뜨니 주일학교 교사들과 목사님이 저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오늘따라 목사님은 정장을 하고 있었다. 속으로 정장을 하시느라고 이렇게 늦게 도착하셨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억누르고 어떻게 된 거냐고 젊잖게 물었다. 목사님이 대답하시기를 오늘 한 어린아이의 헌화식(이곳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유아세례를 하는 가톨릭과 구별을 짓고 침례교 교리를 그대로 받아 유아 세례대신에 헌화식을 한다) 있어서 그것을 준비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청년들도 따로 모이지 말고 장년 모임에 함께 참석하라고 했다고 하신다. 헌화식에 대해서 청년들도 알아야 될 것 같아 장년 모임에 참석하게 했다는 것이다. 주일학교 성경공부 담당자는 오늘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세웠노라고 했다. 헌화식에 대해 미리 말하지 못한 것과 청년들을 장년 주일 학교에 참석시킨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내게 사과 하였다. 이 모든 일이 헌화식을 갑자기 하게 되어 이렇게 되었노라고 하였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미안하다는 표현은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은 미안하다고 하셨다. 물론 헌화식에 대해서 알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일수도 있지만 갑자기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목사님께서 잘못한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광고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계획성 있게 하기 보다는 갑자기 일을 진행하는 문화를 생각할 때 내가 이해 못할 사항은 아니었다.

목사님의 사과후에 스스로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목사님 댁에 가서 한바탕 하고 싶은 생각을 품은 것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선교사인 나에게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참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내 입장을 생각해서 목사님께서 사과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선교사로서 부끄러웠다. 이분들은 나를 이렇게 이해하고 인정해주는데 나는 이분들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화를 내고 있으니 아직도 한심한 선교사다. 이분들에게서 배려하는 것을 더 배워야 하는 선교사다. 마음으로만 화를 내고 찾아가 따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선교사다. 좀 더 참고 이 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 분들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2001년/2기사역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