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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차 라디오를 도둑맞고 나서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차 라디오를 도둑맞고 나서

후앙리 2020. 8. 7. 14:21

약 한 달 전, 가깝게 지내는 한 현지인 자매가 감기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있어서 저녁 시간에 위로의 심방을 간 적이 있다. 심방하러 자매의 집 앞에 도착하여 골목길에 차를 세워두고 집에 들어갔다. 20분 정도 자매와 대화를 하고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 그 집 앞에 세워둔 차를 타려고 문을 열려는 순간, 운전석 창문이 깨진 것을 발견하였다. 많이 놀란 마음으로 문을 열고 차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차 라디오가 없어졌다. 라디오 받침대를 비롯한 오디오 시스템의 부품이 모두 없어졌다. 도둑은 차 라디오를 훔치는 중에 창문을 깨다가 보안장치가 작동해서 비상벨이 울릴까봐 자동차 배터리 줄도 끊어 놓았다. 한순간 시동도 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많이 당황하였다. 자동차 정비소에 연락하여 사람을 불러 배터리 줄을 연결하고 깨진 유리창의 파편들을 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 마음은 실망감이 컸다. 그 순간의 내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다면 라디오를 도둑맞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도둑맞은 것 같은 그런 감정이었다. 아니 내 마음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도둑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이 내 속에 자리 잡으면서 그 후 얼마 동안은 모든 사람들이 내 차의 라디오를 도둑질한 사람처럼 보였다. 다시 도둑을 맞을까봐 주차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라디오를 도둑맞은 것이 벌써 세 번째다. 그때마다 나는 도둑의 영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마음이 어두워지며 이 나라에 소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 도둑맞은 라디오는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달지 못했다. 한 달 동안 라디오가 사라진 차의 빈 공간을 볼 때마다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시에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도둑이 많고 어두움이 가득한 사회를 복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이 나라에 왔다는 사명을 확인하게 된다. 라디오가 있어야 할 텅 빈 공간은 내가 복음으로 채워야 할 나의 사명의 자리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 자리를 볼 때마다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게 된다. 도둑들이 사라지고 이 나라가 복음으로 평화롭고 안정되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내 라디오를 훔쳐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을 알고 계시며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께 그 사람의 회심을 위해 기도한다. 내 라디오를 도둑질한 그 사람도 복음이 필요한 사람이기에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하는 가운데 그 도둑은 내가 이 땅에 온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 된다. 복음이 없어서 악한 영이 판을 치는 이곳에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면서 차를 도둑맞지 않고 차 라디오만 도둑맞는 것으로 나의 사명을 되찾게 해 준 그 도둑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200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