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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한국을 떠나오면서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후앙리 2020. 4. 22. 22:11

 

이번이 선교지로 오는 두 번째여서인지 처음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떠나왔습니다. 생각보다 긴 안식년(본국 사역)을 가져 어느덧 한국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에 다시 떠나야 했던 저희들은 가족들이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떠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국에 정착을 잘했으니 한국에서 계속 사역했으면 좋겠다는 권면과 바람과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선교사는 선교지로 가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와 또한 이곳 현지인들과의 약속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뿌리치고 와야만 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렇게 또 헤어지느니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그분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기에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점점 더 나이가 드시는 부모님과 형제들과 친척들을 언제 또 다시 뵐 수 있을지, 이들을 기약 없이 한국에 남겨 두고 오는 것이 저희들에게는 많은 아픔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힘든지 알고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보다는 보내는 사람들이 당연히 힘이 더 듭니다. 그래서 저희들을 떠나보내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떠나오면서 짐정리를 하는데 언제까지 이삿짐만 싸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선교사라면 한 번씩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선교지에서 필요한가? 꼭 가지고 가야 하는가? 선교사로서 사치품은 아닌가? 하는 질문들을 하면서 샀습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한국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것에서도 다른 기준을 갖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사는 분들은 당장 필요한 것들 중심으로 사면 되지만 선교사는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사야 합니다. 한국에 있는 분들은 한국 생활에서의내일이 있지만 선교사는 한국에서의 내일은 없습니다. 한국에 사는 분들이 물건을 살 때는 반품도 있고 행운권을 받기도 하고 보너스 정립을 하기도 하지만 선교사는 그 모든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트에서 저희들이 물건을 사면 양이 너무 많아 왜 저렇게 많이 사나?’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자꾸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치도 보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번에 이곳에 다시 올 때 짐을 싸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상황과 복잡한 생각들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선교사 자녀들의 마음의 고향은 공항이고 공항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안정감을 느낀다.’라는 말을 한 것이 저희들에게는 이번에 정말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두 자녀들을 데리고 비행기만 25시간을 타야 하는 여행을 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치요, 환상일 수 있지만 저희들에게는 현실이요,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여러 가지 감정들을 두 번째 텀이라서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들에게 있었던 또 다른 감정은 현지인들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었습니다. 그들과 있었던 지난 4년 동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선교지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했고,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고향을 향해 떠나는 마음으로 다시 이곳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의 고향은 두 곳인 것 같습니다. 정든 고국과 하나님께서 사명을 주셔서 정을 들이면서 살아가는 선교지, 모두가 고향입니다. 떠나는 아픔이 늘 있지만 그래도 어디를 가든 정든 사람들이 있어서 또 소망 가운데 떠나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떠돌이 생활이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사귀고 늘려 간다는 것 또한 선교사의 특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교지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때로는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다시 마음과 몸을 적응시키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계속해서 저희들의 이곳 생활의 적응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 에콰도르에 2기 사역을 위해 도착한 후 첫 기도 편지의 내용이다.(20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