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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교육 연구원(IMER)

주인의식 본문

선교와 영성/선교는 삶이다

주인의식

후앙리 2020. 8. 17. 11:53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위임을 잘 해주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현지인 지도자를 바로 세워주느냐 하는 질문을 늘 하게 된다. 나는 위임을 할 때 잘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현지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인들이 갖는 주인의식이란 선교사가 하는 일이 선교사의 일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현지인 자신들의 일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어느 목사님이 부목사와 담임 목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말씀하셨다. 자신이 부 목사였을 때 담임목사님께서 잔소리처럼 늘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그것은 교회 모임 후에 전등 스위치 끄는 것을 점검하라는 것이었다. 부목사인 자신의 눈에는 모임장소의 전등이 켜졌는지 꺼졌는지에 대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교회를 새로 개척하여 담임 목사가 되고 나서는 자신도 모르게 전등이 꺼졌는지 혹은 켜졌는지가 눈에 바로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 차이는 바로 담임 목사와 부 목사의 차이이고, 그것은 바로 주인의식의 차이라고 하셨다. 이 일은 주인은 자기 소유의 귀중함을 알지만, 주인이 아닐 때는 그것을 잘 모르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관리에 있어서 운전수와 주인의 차이는 다르다. 자동차 주인은 사고가 났을 때 혹은 차량 외부에 흠집이 생겼을 때 마음이 많이 상한다. 운전수가 느끼는 마음의 상함과는 또 다른 상함을 갖게 된다. 엄밀히 따져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운전수다. 운전수는 차량을 관리하고 운전하는 것이 자기의 직업이고 자신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반면에 주인은 차량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운전수처럼 직접 만지고 운전하고 수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차량에 흠집이 생겼을 때는 주인은 자신의 소유이기에 더 적극적이고 모든 책임감을 가지고 처리를 한다. 주인은 자신의 소유에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에 운전수는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책임의식을 갖지는 않는다. 결국은 자신이 손해 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소유와 자기소유가 아닌 것과의 차이다. 소유주는 주인의식이 있지만 운전수는 차량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

회원권이라는 제도가 있다. 골프클럽이나 콘도미니엄에는 회원권이 있다. 나는 이런 종류의 회원권을 아직 가져보지 못했다. 회원권은 자주 사용하면 이익이 되지만 대부분은 그 가격에 비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손해가 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용할 때마다 일회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 가격에 있어서는 이익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회원권을 구입하기를 좋아한다.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회원권 자체가 자신의 소유라는 생각을 주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다. 회원권에는 주인의식이 들어있다. 주인 의식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손해를 보아가면서도 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에서도 사원들에게 주식을 배당하거나 소유하도록 하는 제도를 사용한다. 사원들이 단지 고용된 일꾼이 아니라 소유권을 가진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단 한주의 주식이라도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주인 의식이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주인의식의 결여이다. 공동체가 같이 나누어 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이 없기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처럼 주인의식이 없는 사회와 조직은 망하게 된다. 너무 지나친 주인의식 속에 욕심이 들어가면 내 것 만이 최고요, 전부라고 생각하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건강한 주인의식은 조직과 자신이 하는 일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선교사의 사역이 선교사만의 사역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사역임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사가 많은 경우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현지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에게 주인의식이 없으면 현지인들은 사역에 수동적으로 동참한다. 주인의식이 없으면 내 일이 아니라 선교사의 일이기에 목숨 마쳐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주인의식이 없기에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인은 선교사요, 선교사만이 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안 한다. 현지인들이 열심히 헌신해도 자기는 고용된 일꾼이지,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선교사는 사역에 실패하게 된다.

선교사는 스스로 하나님의 일인데 현지인들이 왜 이렇게도 수동적인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한다. 왜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눈가림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게으르다,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라고 질책한다. 현지인들이 이렇게 된 것은 주인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에게 주인의식이 부족한 것은 선교사가 현지인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선교사는 현지인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선교사가 현지인들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선교사는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현지인들에게 사역을 과감히 넘겨줄 필요가 있다. 선교사의 눈에 현지인들이 아직 부족한 것과 약한 것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한다.

선교사들은 자신을 보면서 심각하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선교사 자신이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는가? 현지인들이 진정으로 선교사의 동역자인가? 어떤 사역을 결정하는데 현지인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가? 결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현지인들에게 주인 의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결정권을 선교사가 가지고 있고 모든 일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현지인들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주인의식은 자신의 헌신과 희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손해보고 투자하는 곳에 주인의식이 시작된다. 자기소유와 시간과 모든 재능을 손해 보아가면서 투자할 때 내 안에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선교사가 주는 월급을 받고 일할 때는 주인의식이 생기기 어렵다. 현지인들이 자신의 월급을 포기하고 시간을 드리는 것이 희생이다. 이처럼 희생이 있을 때, 자기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다.

선교사가 현지인들에게 급료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급료가 진정으로 주인의식을 심어주는데 얼마만한 장애가 되는 가를 알아야 한다. 선교사가 주인이 아니고 현지인이 주인이 되려면 선교사의 소유권까지도 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인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기가 어렵다.

주인의식은 책임의식이다. 선교사는 현지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책임의식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책임의식을 심어주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선교사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지인들이 선교사의 조력자가 아니고 선교사가 현지인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현지인들이 앞서 가고 선교사는 뒤에서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에 협력하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 현지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 할 때에 건강한 선교는 이루어질 수 있다.